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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11시간전

외국에 일하러 가는 내게 친구가 물었다. “너 결혼은?

누군가에게는 결혼이 중요할 것이다. 어릴 적부터 결혼해서 자신의 가정을 꾸리는 것이 인생에서 중요한 하나의 목표인 사람들을 주변에서도 종종 만났다. 하지만 나는 그런 맘을 가져본 적이 없다. 내가 불우한 가정에서 자랐냐라고 묻는 다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그저 평범한 보통의 가정에서 자랐다. 부모님은 서로 뜨겁게 사랑하는 것 같은 부부 느낌은 아니지만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고 위해주는 그런 동반자 같은 느낌의 사이였다.


그렇지만 살면서 결혼이 필수라는 생각이 들지가 않더라. 안해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더라. 아마도 혼자 사는 데 익숙하고, 혼자여도 심심하지 않고 외로움을 느끼지 않아서 굳이 다른 이가 필요하다고 느껴지지 않아서일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나이는 계속해서 먹고 있는데 결혼에 대한 조급함은 전혀 없었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거기에 결혼에 대한 걱정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그렇기에 30대 중반의 나이에 해외에 일하러 가는 것을 쉽게 결정했다.


내가 떠나는 게 결정됐을 때는 아직 코비드가 한창일 때였기에 사람들을 만나 인사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한 친구가 내가 있는 곳 근처에 볼 일이 있다며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만나니 내게 언제, 어디로 떠나는지 묻더라. 그러더니 다음 질문이 바로 “그럼 너 결혼은?”이었다. 순간 나는 ‘지금 이걸 왜 묻지? 난 지금 남친도 없는데?’라는 생각이었다. 결혼하고 싶은 상대도 없는 데 결혼을 생각한다는 게 나로서는 상상이 안됐다.


가족 중에서 내가 결혼에 관심이 별로 없다는 걸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여 주는 것은 친언니이다. 해외로 일할 곳을 찾고 일을 때, 아버지가 내게 선이라도 봐야하지 않겠냐라며 어떤 나는 알지도 못하는 남자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한번 만나보라며 말이다. 말로만 들어도 나랑 어울릴 것 같지도 않은 사람이었고, 관심이 안 들었다. 그때 내 관심사는 연구원으로 일할 해외 일자리였다. 지금 나는 일이 우선인데-라는 생각이 들던 차에 옆에서 듣던 언니가 말했다. “얘가 알아서 할 거예요. 그리고 지금 얘 선보고 그럴 때 아니예요” 든든했다. 나를 믿어주고 이해해주는 이가 옆에 있다는 게 든든했다.


결혼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은 주로 이미 결혼한 사람들이다. 내게 결혼에 대해 물었던 친구도 그 당시 결혼한지 일년이 조금 넘고 막 임신을 했던 때였다. 아마도 결혼 후 행복을 만끽하고 있던 차였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결혼과 멀어져 가는 모습이 보여 걱정이 되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로부터 몇 년이 더 지났다. 지금 내 주변의 친구 중에는 결혼을 안한 친구는 거의 남지 않았다. 내가 아는 미혼인 친구는 손에 꼽힌다. 오히려 시간이 더 지나니 결혼에 대해서 묻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주변에서 조금은 내게는 결혼이 그다지 중요치 않다는 걸 조금은 이해해주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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