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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Jul 21. 2024

연애보다 다른 게 더 즐거워도 연애를 해야 하나?

Chapter 2. 

너 연애는 안 해? 너 결혼은? 아이는 안 낳아?


내 나이에 혼자 지내고 있으면 여러 질문들을 받는다.

나에 대한 관심과 걱정이니 고맙게 생각한다.

내 삶에 대해 자신들의 기준으로 평가하려 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연애보다 다른 게 더 즐거워도 연애를 해야 하나?


어쩌면 이렇게 혼자 살아가는 게 내 연애 경험이 부족해서인걸까? 지금까지 딱 세명의 사람을 만났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누굴 짝사랑해보고 연애를 하고 싶다 느껴본 적이 없었다. 성인이 된 후에도 아무런 감정이 없어서 나에게 문제가 있나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다 한 사람을 만나고 사귀자는 말에 그러기로 했었다. 난 크게 바라는게 없는 사람이었고 연애에서도 ‘을’의 위치를 자처했다. 그저 그냥 상대가 하자는 대로 따랐다. 그렇게 내가 가만히 있으니 2년 가까이 되는 시간이 그냥 흐르더라. 하지만 어느 순간 계속 함께할 것도 아닌데 이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헤어짐을 요구하고 정리하게 됐다.


두번째 만남은 학교에서 함께 공부하던 친구였다. 매일을 함께 도서관에서 공부했고 가까워졌고 사귀게 되었다. 4개월 정도의 짧은 공식적 연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가 갑작스레 이별을 당했다. 이별사유는 “네가 여자친구가 아니라 여동생 같아”라나. 그 당시 맘정리가 되지 않고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나는 매달렸고 이상한 관계가 되었다. 모두가 있는 곳에서는 난 그의 전여친이었고, 다들 내가 혼자 짝사랑하는 관계라 생각했다. 그는 다시 사귀자고는 한 번도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계속 만나고 있었다. 그 관계는 공식적으로 사귄 기간보다 더 오래 지속되었다. 그런 와중 그가 소개팅을 했다고 전해 들었고, (심지어 잘되고 있다고 했고) 다른 친구를 통해 그 소식을 전해 들었다. 연락만 꾸준히 하고 있던 때였는데 그런 소식은 금시초문이라 그에게 물었고 얘기를 들었다. 나에게 연락은 계속해도 된다 했지만 나는 이제 정말 정리할 때란 걸 알았고 질질 끌던 관계가 정리되었다. 생각보다 쉽게 끝이 났다.


두번째 연애를 마치던 시절까지의 나는 불안과 우울로 많이 힘들어하던 시절이었다. 나는 상대들에게 상당히 의존적이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동등한 연인 관계가 되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스스로가 그들보다 나을 게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었고, 스스로가 을의 위치에 섰다. 내 말보다 그들 말이 맞다고 생각 했었고 크게 내 의견을 내세우는 일도 없었다. 그냥 미성숙하던 시절의 연애였다. 하지만 마지막 연애를 할 때 즘에는 내 자신이 조금 달라져 있을 때였다. 조금 더 성숙해지고,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때였다.


마지막 연애를 하던 때는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기며 일상을 채워가고 있었고, 대학원에서 연구를 주도적으로 즐겁게 해나가던 시기였다. 마지막 남자 친구는 그 당시에 하던 밴드의 멤버였다. 친구가 소개팅을 시켜준다고 했는데 상대가 먼 지방에 있는 사람이었기에 내가 불평하는 것을 듣고는 내게 말했다. “그럼 나랑 연애하는 건 어때?”라고 말이다. 그렇게 서로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잔잔하게 좋았던 것 같다. 그렇게 2년을 만났지만 서로 공통점도 별로 없어서 주로 내가 혼자 떠들곤 했다. 헤어지기 직전 즘에는 하는 일들이 많아 내가 꽤나 바쁘던 시절이었다. 주말 각종 취미 활동들을 모두 즐기고 데이트까지 마치고 집에 돌아온 후 생각했다. ‘데이트가 제일 재미없었어.’ 그 후에 함께 여행을 갔다. 함께 있는 것이 너무 지루해서 혼자 집에서 놀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다. 영화가 끝나고 영화에 대해 얘기하는데 서로 완전히 다른 장면에 대해서만 얘기했다. 우리는 정말 다른 사람이구나 싶었다. 서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전혀 달랐다. 이 사람과 나는 서로 너무 다르다고, 우리는 서로 다른 세상을 꿈꾼다고, 우린 어차피 미래가 없는 사이라는 생각이 결론에 다다랐다. 그게 마지막 만남이었다.


그렇게 나의 마지막 연애는 잔잔하기만 했다. 나는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난다면 적어도 혼자 있을 때보다 나쁘지는 않기를 바란다. 1+1이 적어도 1보다 작아서는 안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나의 적은 연애 경험들을 그다지 좋지 않았다. 내가 좋은 인연을 만나지 못해서라고 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혼자라도 괜찮은 상태에서 굳이 불확실한 연애를 위해 애써야하는 걸까? 너무 지루함을 느낀 연애를 마지막으로 경험하고나니 연애에 대한 두근거림이 생기질 않는다. 그립지가 않다. 지금 홀로 즐기는 생활이 충분히 너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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