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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Jul 21. 2024

혼자라도 잘 먹습니다

혼밥이란 표현이 많이 쓰이기 전부터도 나는 혼밥을 즐기던 사람이었다. 혼자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 것은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어쩌면 시대를 잘 타고난 걸까? 혼자 밥을 먹으러 가서 거절당한 적도 없었다. 고깃집에서도 말이다.


밖에서 혼밥을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혼자 있으면 끼니를 잘 거르게 된다며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내게는 해당되지 않는 얘기이다. 일단 나는 요리를 제법 잘한다. 내가 만들고 싶은 요리가 있으면 파인다이닝의 섬세한 요리정도가 아니라면 그 밖의 것들은 재료만 있다면 어느 정도 다 해낼 수 있다. 요리를 제법 한다는 것에서 더 나아가 나는 요리하는 것을 즐긴다. 요리와 관련된 모든 과정이 나는 피곤하지가 않다. 장보기에서 준비하고 요리를 하고 정리하는 모든 과정이 딱히 번거롭지 않고 일로 느껴지지 않는다. 내게는 모두가 즐기는 과정이다. 그러니 한 끼 차려 먹는 것 쯤은 내게 너무도 쉬운 일이고 전혀 귀찮지가 않다.


2년여간 해외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지내다가 최근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한국처럼 배달 시스템이 잘 되어 있지도 않고 외식이 식료품 장바구니 물가에 비해 비싸서 해외에서는 스스로 요리하여 챙겨먹곤 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워낙 퇴근 시간도 늦어 매일 저녁 요리할 시간이 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매일 저녁 시간은 충분했다. 내가 혼자 먹는 것이니 대충 끼니를 때웠을까? 전혀 아니다. 나는 내 주변 누구보다 잘 챙겨먹었다. 해외에서 요리한 것들만 SNS에 포스팅을 했는데 그 수가 300개가 넘는다. 중복된 걸 고려하면 적은 수가 아니다.


내가 혼자 먹는 것을 사진으로 찍어 주변 지인들과 공유하면 “혼자 잘 먹고 다니네”라고 많은 이들이 말했다. 다양한 요리들을 직접 요리할 뿐 아니라, 혼밥, 혼술에도 돈을 아끼지 않는 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제각각 쉽게 지갑을 열리는 항목들이 있지 않은가. 누군가는 옷이나 가방이고, 누군가는 게임이고, 그게 나는 먹을 것 인 거다. 그렇기에 술집에 가도 혼자라도 아낌없이 시키니 서비스도 잘 받는 편이다.


예전에는 한 명이면 안 받을까 싶어 조심스레 “한 명이요”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워낙 혼밥이 흔해졌으니 생활하기 너무 좋다. 다만 너무 붐비고 웨이팅이 있는 맛집은 스스로 인기시간은 피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1인 손님을 반겨줄 것 같진 않아서 먼저 맘 상할 일은 피하자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다. 가족들과 식사를 할 때도 우리 집은 대화를 하며 식사하는 편이라 함께 먹는 자리에서 밥만 먹는 것은 조금 어색한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음식자체를 즐기기에는 혼자 먹는 순간들이 더 좋기만 하더라. 혼밥하는 순간에는 유튜브와 함께 하기도 하지만 오롯이 먹는 것 자체에 집중하는 편이다.


혼자라서 끼니를 거른다? 내 생애에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혼자여도 너무나 잘 해먹고 잘 사먹으니 나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너무 잘 먹는 걸 좀 자제시켜 달라 말해야 하려나? 계속 살이 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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