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4개월 동안의 해외 생활 후, 최근 한국으로 귀국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니 기다리는 것은 건강검진. 2년여 시간 동안 건강은 뒷전으로 하고 마음껏 마시고, 먹고, 즐겼다. 살이 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냥 다시 빼면 되지란 안일한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나는 마냥 젊지 않았고, 2년여간 방치되었던 내 몸의 상태는 내 예상보다 좋지 않았다.
연구실에서 일하기에 직장에서 특수검진을 받았는데, 간수치가 특히 좋지 않아 추가 검진을 받으라는 안내를 받았다. 근처 내과를 갔다. 다시 피검사를 했는데 여러 수치들도 그다지 좋지 않아고 했다. 내가 종종 항생제를 먹을 일들이 있었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 술도 많이 마셨고, 외국에 있는 동안 체중도 크게 증가되었으니 간 수치가 좋지 않을 이유가 너무 많았다. 한 달 뒤에 다시 검사를 받기로 하며, 간을 위한 약을 조금 처방해 주었다. 그렇게 한 달 후 다시 병원을 찾아 피검사를 받았는데, 모든 수치가 더 나빠졌다. 아직 나이가 젊으니 여기서 바로 약을 처방받기보다 큰 병원에 가서 모두 제대로 검사받는 게 좋겠다며 의뢰서를 써주었다.
큰 대학병원 예약을 하고는 찾아갔다. 내분비내과, 당뇨병센터에 가니 내 나이대의 사람이 나뿐인걸 보면서 내가 얼마나 몸을 방치한 건가 하는 생각에 잠겼다. 의사 선생님은 내가 가져간 피검사 결과지를 보고 나의 최근 체중 증가나 여러 상황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우려의 말씀을 해주셨다. 전체적으로 한번 다 스캔해 보기로 하면서 병원비만 60만 원이 넘게 나왔다. 각종 검사를 4시간 가까이 진행하며 지칠 때로 지친 몸을 이끌고 병원을 나섰다. 3주 뒤에 다시 병원 예약이 잡혔고, 그동안 식이요법과 운동을 하면서 몸을 챙기라고 했다.
병원에서 심각성을 알기 전에, 살을 빼야지 하며 건강 식단을 찾아보며 몇 번 도시락을 싸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한번 해볼까?' 하는 맘이 아니라 도시락을 싸서 건강을 챙겨야 했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도시락통도 편한 것으로 새로 구매하고, 도시락을 싸기 시작한다.
다행이라면 요리를 좋아한다. 건강한 재료로 설탕이나 당분은 적게, 하지만 맛은 있게 (그렇다고 짜진 않은) 도시락을 짠다. 메뉴를 고민해서 정하고 장을 보고 요리를 한다. 이 모든 게 제법 재밌다. 식이요법을 한다고 해서 급격하게 칼로리를 줄일 생각은 없다. 병원에서도 건강한 체중감량은 주당 0.5kg 정도라고 했다. 그 정도라면 사실 '똥만 많이 싸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크게 부담이 가는 수치는 아니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며 적당한 속도로, 건강하고 맛있게 먹으며 다시 건강을 챙기려 한다.
이 책은 이런 나의 도시락에 대한 글이다. 한 주가 시작되기 전, 장을 보고 그걸로 주간 도시락을 싼다. 연구실에서 점심, 저녁을 모두 먹기에 도시락을 두 개를 싸게 된다. 도시락이 아니라 집에서 요리할 메뉴가 궁금하신 분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고, 나처럼 도시락을 싸는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다. K-직장인의 건강한 셀프 도시락, 지금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