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은 항상 잠이 많아지는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랬기에 잠을 많이 자는 것에 대해 조금 경계하는 편인 듯하다. 최근에 잠을 잘 자지 못했다. 수면의 질 자체는 높다고 생각했다. 일어나면 매우 개운했으니까, 다만 그 시간이 너무 짧은 게 조금 우려스럽긴 했다. 3시간~4시간 남짓이었으니까. 하지만 피곤하지 않았다.
엄청나게 글을 써 내려가면서 (하루에 A4 20장 정도) 문득 걱정스러워졌다. 이게 혹시 무슨 문제가 있나 싶어 챗GPT에게 질문을 했다. 이렇게 글을 엄청나게 써 내려가는 것이 우울증과 관련이 있느냐고. 챗GPT는 내용이 어둡고, 우울하고, 자기비판적이거나 한 것이 아니라면 오히려 치유의 과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최근에 내가 썼던 내용들을 살펴보았다. 꽤나 따뜻한 내용들 뿐이었다. 그러니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옆자리 동료에게 잠을 잘 못 잔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녀가 그런데 지금 커피를 마시고 있냐고 말했다. 사람에 따라 종종 카페인에 더 예민해지기도 하는 것 같다면서, 차나 커피를 끊어보라고 했다. 그렇게 차와 커피 모두 마시지 않은지 삼일째가 되었다. 첫날부터 매우 피곤했다. 둘째 날은 더 피곤했다. 셋째 날도 너무 졸렸다. 적은 수면시간에도 나를 버티게 해 줬던 것은 아무래도 카페인이었나 보다.
카페인이 사라지고 나니, 밀렸던 잠을 자듯 쏟아지는 잠을 주체하지 못하고 한참을 잤다. 계속해서 자고 또 자고 보통 사람들이 자는 시간만큼의 시간을 자고 깨어났다. 머리가 개운함은 오히려 수면시간이 적던 시절이 더 맑았다. 푹 자고 일어났지만 그다지 개운함이 들지 않은 건 아직 쌓여있는 피로감 때문인 건지, 아니면 다시 우울감이 찾아오려는 건지 알 수가 없어 나는 조금 무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