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주말이었다. 전반적으로 평가하자면 그럴 것이었다. 조금은 잠이 많아지고, 약간은 울적한 감정이 찾아오기는 했지만 다행히도 이미 계획된 일들이 있었다. 오래간만에 친구들과의 모임이었다. 다섯 명이 모여서 3병의 와인을 마셨지만, 사실상 나를 포함한 세 명이 마셨으니, 각자 1병은 마신 셈이었다. 이후에 맥주를 한 잔 더 곁들인 후 헤어져야 했다. 즐겁게 웃고 떠든 시간이었다. 와인바의 한편에 놓은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이는 모습을 보며 어쩐지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
언니가 놀러 오라고 연락을 했었기에 친구들과의 만남 이후, 언니네 집으로 갔다. 내가 버스에 탔다고 하니 언니가 물었다.
-올해 대방어 아직 안 먹었지?
-아직 철 아니지 않아?
-지금부터 철이지. 대방어 시킬게
-그래. 그럼 와인 사갈까?
편의점에서 화이트 와인을 하나 사서 언니네 집으로 향했다. 이제 막 겨울이 되었는데, 벌써 방어에 기름이 찬 것 같았다. 사실 회의 맛 같은 것은 잘 모르지만 말이다. 그렇게 언니와 4시간이 넘도록 대화를 나눴다. 요즘 언니가 너무 바빠, 메시지로도 많은 얘기를 나누지 못해 아쉬웠는데 피곤해질 때까지 한참을 얘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프랑스에서 돌아온 후, 이렇게 술을 마신 적이 없었기에, '취하는 거 아냐?'라는 걱정이 잠깐 들었지만 딱히 술에 약해지진 않는 모양이었다. 그냥 기분 좋은 아주 약간의 취기정도만 남았을 뿐이었다. 밤을 보내고는 여느 때처럼 새벽녘에 눈을 떴다. 아침에 문득 전날 밤을 글로 남기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일찍 일어난 형부는 나에게 잠은 자는 거냐고 물었다. 형부와 대화를 나눴다. 잠시 후, 일어난 조카는 기분이 좋은 지 내 곁에서 한참을 쫑알거렸다. 자그마한 녀석이 쫑알쫑알 내게 말 거는 모습이 제법 귀여웠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혼자란 걸 느낄 새도 없이 배송되었던 티켓을 챙겨 들고나갔다. 예매해 둔 공연이 저녁에 있었다. 주변에 좋아하는 사람들 아무도 없지만, 1집부터 자주 들어온 가수였다. 커버하는 곡들까지도 모두 내가 좋아하는 곡들만 골라서 커버하는, '나랑 음악 취향이 똑같네?'라고 느껴지는 가수였다. 공연장에 도착하니 가득 매운 관객을 보며, 아무도 모르던 가수에서 정말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에 왜 내가 뿌듯함을 느꼈는지 모르겠다. 공연은 전반적으로 좋았다. 나에게 베스트는 아니었지만. 두 시간이 넘는 공연에 나는 약간의 지루함을 느끼긴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공연의 막바지에서, 수줍은 가수가 노래를 하며 행복한 미소를 띠고 있는 모습에 전광판에 비추었다. 그 미소가 좋았다. 그 미소가 오늘의 공연을 모두 완성시켜 주는 듯했다.
공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내내, 그 가수의 앨범을 다시 들었으니 공연의 여운이 남았던 것 같다. 자기 전 공연에서 보았던 그 미소가 떠올랐다. 나는 그런 미소를 가져본 적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도 그런 미소를 가질 순간이 오기는 할는지, 그 미소가 좋았고, 그 미소가 부러웠다. 약간의 울적함이 다시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