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따뜻한 공기를 싫어하는 편이라 집은 제법 서늘한 공기로 언제나 가득 차 있는 편이기에, 따뜻한 물줄기 아래 있는 샤워 시간이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곤 했다. 따뜻한 물줄기를 느끼고 있을 때쯤,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찾아왔다. 실체 없는, 이유 모를 불안감은 세상에 나가는 걸 두렵게 만든다. '월요일부터 이런 기분이라니 망했다'라는 생각이 들 때쯤, 문득 얼마 전 알게 되었던 누군가가 조언해 준 호흡이 생각났다. 내게 호흡이 짧다는 말을 하면서, 우울과 불안에는 호흡을 조절하는 게 도움이 될 거라 말했었다. 흡! 스스스스스하고 내뱉으라 말했지만 할 줄을 몰라 흡! 후우우우우하고 내뱉으니 10초도 되지 않아 내뱉을 숨이 모자랐다. 그러다가 스스스스하듯이 위아랫니를 붙인 채 그 조금씩 공기가 새어 나오게 스스스스하니 15초 정도 동안 숨을 내뱉을 수가 있었다. 이렇게 10번 정도 호흡을 하고 나니 몸이 조금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고 한결 나아짐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문득 그때가 생각났다.
머리를 타고 흐르는 따뜻한 물을 느끼며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을 하였다. 들이마시고, 숨을 천천히 내뱉어본다. 10번으로 부족한 듯하여 15번을 했다. 조금씩 생각이 사라지고 내가 하는 호흡에 집중하게 되었다. 다시 내가 나를 컨트롤하는 기분이 들었다. 잠시 다가왔던 불안감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게 사라져 있었다. 남은 것은 따뜻한 물줄기뿐이었다. 다시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기분이었다.
불안감이 찾아오면, 호흡을 가다듬자.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뱉어 보자. 다른 생각이 들면 드는 대로 놔둔 채 그저 호흡에 조금 더 정신을 집중해 보자. 조금씩 당신의 걱정, 불안이 머리를 비우고 머릿속은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자신에게 집중하게 될 것이다. 나처럼 당신도, 조금은 더 편안함을 느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