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종 “나는 완전한 창작이 안돼”라고 말하곤 한다. 내가 하는 모든 것들에서 완전한 나만의 오리지날리티를 가진 것이 없다. 나는 어딘가 시작점이 필요하다.
-취미로 배우는 베이스 기타를 연주해도 즉흥을 하라고 하면 머리가 하얘졌고, 이미 알고 있는 베이스라인만 칠 수 있다.
-연구원으로 나는 기존의 연구들을 레퍼런스로 삼아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연구한다. 완전한 새것은 없다.
-요리를 할 때는 먹어본 맛을 떠올리며 그 맛을 낼 수 있게 요리를 한다.
-그림을 그릴 때는 사진이나 보이는 사물을 바탕으로 그린다. 어느 정도 그려진 후에는 보지 않고 맘대로 그리지만,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지 못한다.
-거의 모든 글은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다. 최근에는 소설이라고 쓰고 있지만 거의 자전적 소설로 일부 허구와 과장이 섞여있을 뿐이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는가. 본래의 뜻과는
다를 수 있지만, 내게는 모방이 곧 시작이다. 모방 없이는 아무겠고 만들어내지 못한다. 나의 모든 창작물은 모방에서 시작된다.
그런 면에서 복숭아를 그린 후, 정물화에 관심이 가서 화가들은 어떤 정물화를 그리나 검색하다가 처음 들어보는 프랑스의 옛 화가가 그린 정물화가 눈에 띄었다. (Bottle glas and loaf by Jean Baptiste Simeon Chardin) 이유는 따라 그리기 쉬워 보여서였다. 그래서 따라 그렸다. 따라 그렸지만 결과는 원본과 달랐다. 그러니, 모방이지만 창작이 된 셈이다.
Acrylic on cotton canvas (20 cm x 20 cm)
얼마 전 언어교환을 하며 알게 된 독일인이 있었다. 순수회화를 전공하고 있는 석사생이라길래, 내 그림을 보여주며 나는 창작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내 그림을 칭찬해 주었다. 테크닉은 가지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스타일을 찾고 싶다면, 좋아하는 작품들을 찾고 그것을 카피해 보라고 했다. 카피하면서 조금씩 변화시켜 보라 했다. 그걸 반복하다 보면 자신의 그림을 찾을 수 있을 거라 했다.
생각해 보니, 내 그림의 스승으로 삼을 그런 작가를
찾지 못했다. 어떤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 그런 생각을 해보질 않았다. 그저 사진을 보고, 그걸 똑같이 그리고자 애써왔을 뿐이었다. 내 스타일이 없는 이유는 나만의 스타일을 위해 그려본 적이 없어서였다.
내 그림의 스승님을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