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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확위 Dec 16. 2024

아침은 든든하게

어린 시절 집에서 살 때는 엄마는 항상 아침을 챙겨주셨다. 먹어야 그 에너지로 공부한다고 말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언니와 함께 자취를 시작했고, 그때에는 거의 아침을 거르며 살았고, 대학교 기숙사에 가며 이미 지불한 식비가 아까워 그래도 제법 챙겨 먹었던 것 같다. 대학원에 다니며 다시 아침을 거르며, 아침은 커피 한잔으로 보통 때우곤 했다.


박사 후연구원으로 프랑스에서 지내며 초반에는 커피로 언제나처럼 아침을 때웠다. 그러다 보니, 갓 구운 맛있는 바게트나 크로와상을 먹을 일이 없더라. 저녁은 요리한 다른 것들로 제대로 챙겨 먹으니, 간단하게 빵을 즐길 수가 없었다. 프랑스에 왔는데, 빵을 안 먹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때부터 아침을 챙겨 먹었다.


아침 6시부터 갓 구운 바게트와 크로와상을 파는 동네 빵집에 가서, 바게트를 사 온다. 보통은 계란요리를 곁들이곤 했다. 프라이일 때도 있고, 스크램블이기도 하고, 어느 날은 오믈렛을 준비하기도 한다. 신선한 채소나 토마토를 곁들이고 잠봉이나 치즈를 먹는다. 보통은 똑같은 것을 계속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맛있는 바게트+잠봉(햄)+콩테(치즈)+꼬니숑(작은 피클)의 조합이 너무 좋아 한동안 계속 먹었다. 아마도 이때부터 살이 계속 찐 게 아닐까 싶지만, 맛있게 즐겼으니 행복의 결과라고 하자.


그림을 그릴 때면, 그 당시 먹던 음식이나 일상을 그리곤 했는데 이때는 맛있던 아침식사들을 그림으로 남겼다. 월급을 받은 날 나에게 선물 줄 것을 고민하다 새로 사 왔던 과슈수채물감을 사용했다. 과슈는 맑고 투명한 일반 수채물감과 다르게 불투명한 것이 특징이다. 조금은 더 따뜻하고 묵직한 느낌을 준다. 헤비 했던 나의 아침식사들을 표현하는데 알맞은 재료였다 생각된다.



Gouche on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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