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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 없이 관계가 지속될 수 있을까?

by 이확위
그전에도 할 수 있는데 안 했던 거였어. 그래서 더 화가 나.

내가 해외에서 지내던 시기에 지인이 남편과 이혼할 생각이라며 변호사 상담까지 하고 왔다고 했었다. 그래서 그간의 소식을 물었다. 나와의 연락에서 이혼하고 싶다고 말했을 즈음, 변호사와 상담도 하고, 출장을 가야 하는 남편에게 그 마음을 털어놓았다고 했다. 부부 사이에 문제들이 쌓이고 쌓여왔지만, 이혼이라는 선택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던 남편은 조금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출장을 가야 했기에 더 이상 얘기를 나누지 못하였고 일주일정도의 출장 뒤에 집에 돌아와서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게 시간은 마치 그 누구도 “이혼”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듯 몇 주가 흘렀다고 했다.


그녀가 꽃을 좋아한다는 것을 연애 시절부터 얘기했기에 결혼 후 몇 번의 생일등의 기념일에 그가 꽃다발을 사 온 적은 종종 있었다고 했다. 선물에 대해 고마워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받은 선물이라고 마냥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꽃을 좋아한다고 마구잡이로 만들어진 꽃다발을 좋아할 수는 없다. 너무도 촌스러운 꽃다발에 게다가 가격은 비싸기까지 한 그 선물들에 그녀는 고마움을 표하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얘기했다고 했다. 부부 동반 모임에서 꽃다발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옆자리의 누군가가 근처에 꽃을 잘하는 곳을 조언해주기도 했다고 했지만- 그런 조언이 무색하게 그는 언제나 꽃을 좋아하는 이 조차 돈이 아까울 꽃다발을 사 왔다고 했다. 미적인 센스가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은 그녀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모든 면에서 변화의 노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사소한 꽃다발 하나에서도 그는 고집스럽게도 자신이 가던 그녀가 좋아하지 않았던 그 꽃다발을 또다시 사 오곤 했다. 그녀가 이혼을 꺼낸 후에 맞이하게 된 그녀의 생일에 그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그녀가 맘에 든 꽃다발을 사 왔다고 했다. 주변에 물어봐 주문했다고 했다.

“그래도 노력을 좀 하나 보네.”

나는 그의 변화에 칭찬을 해 줄 셈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반응은 달랐다.

“응. 10년 만에. 이제야 그러더라고. 내가 모든 맘을 다 비우고, 더 이상 어떤 기대도 갖지 않고-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이 모두 식어버린 이제야 말이지.”


그들의 관계가 어찌 될지는 모른다. 결혼은커녕, 딱히 옆에 누군가가 있지 않은 지금은 나는 감히 부부와의 관계에 어떠한 조언이라도 할 자격은 없는 듯하다. 난 그저, 지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녀를 응원할 뿐이다. 10년이 넘는 만남 동안, 이제야 자신의 아내가 좋아할 선물을 주변에 조언을 구해 사온 모습을 전해 들으며, 노력 없이 모든 게 수월하기만 관계란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노력

「명사」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다하여 애를 씀.


노력의 뜻을 살펴보자.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다하여 애를 씀. 연인과의 관계의 목적은 무엇이겠는가. 안정적인 관계의 지속이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이러한 관계 속의 노력은 그들의 관계의 안녕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많은 사람들은 긴장감을 잃어버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애를 쓰기를 그만뒀는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 몸과 마음을 다하여 애쓰지 않는 거다. 종종 자신에게 신경 쓰지 않는 상대에게 “이제 잡은 물고기라 이거야?”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가 자신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거다.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애쓰는 모습’이 어떤 거창한 거라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사실 많은 이들은 거창함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말투 하나, 눈빛 하나, 자신의 취향을 기억해 주고, 상대가 나를 소중하다고 표현해 주는 사소한 노력들을 바라는 거다. 그런 사소한 노력이 관계를 지속할 수 있고, 서로의 마음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거다.


나의 지인이 바라는 것은 그녀의 취향이 아니라고 계속해서 말하던 그저 비싸기만 한 꽃다발이 아니었다. 그녀가 무엇을 좋아할지 고민하고 생각하며 골라준- 마음이 담긴 꽃이었던 것이다. ‘나를 생각하는 마음’ 그것이 담긴 선물 말이다. 지난 나의 몇몇 관계 속에서, 나도 노력하던 순간이 있었고- 노력을 멈춘 순간들이 있었다. 마음이 사그라들 때쯤, ‘굳이’라는 마음이 들곤 했다. 나는 일상 속에서도 관계 속에서도 “노력”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 지금은 혼자이지만, 누군가와 함께 하더라고- 나는 노력하며 더 나은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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