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d.ear)
그와 함께 단골 카페에 앉아 있었다. 예전에는 그와 손을 잡고 있으면 늘 따뜻했는데, 지금 그의 손은 이상하리만큼 차가웠다. 내가 가만히 그의 손을 잡고 있으려 했지만, 마치 작은 거절처럼 그는 슬쩍 손을 빼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요즘 많이 바빠?” 나는 나직이 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당연히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주고받았을 텐데. 그와 함께 듣던 노래가 카페 안에 흘러나왔다. 예전에는 함께 따라 부르기도 하며 즐거워하던 곡이었는데, 이제는 그에게 그저 배경음악일 뿐인 듯했다. 나는 그에게 들키지 않으려 애써 웃음을 지었다.
그날 밤, 그의 표정과 무심한 목소리가 마음에 걸렸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면, 그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되살아났다. 그날 카페에서 마주 앉아 있던 그의 차가운 손끝과 낮은 목소리가 무겁게 마음을 눌렀다. ‘내가 변한 걸까? 아니면 네가 변한 걸까?’ 스스로에게 묻고 싶었지만 대답이 두려웠다.
며칠 후, 그는 나를 데리고 우리가 자주 걷던 거리를 걸었다. 가로등이 켜지고, 거리의 불빛들이 빛났지만 우리는 그 빛 속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그와 마주 서서 가볍게 웃던 날들이 있었는데, 이제 그는 내가 건넨 말에도 짧은 대답만 할 뿐이었다.
“이 거리, 네가 좋아했잖아.” 내가 말했다.
“응, 그렇지.” 그의 답변은 짧았다.
그는 내 말에 반응도 하지 않고 그냥 앞만 보고 걸었다. 마치 그 거리에 우리만의 기억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는 듯이.
다음날, 혼자 단골 카페에 다시 왔다. 그가 없는 자리에서 우리는 영원할 것처럼 웃고 있던 사진을 꺼내 보았다. 사진 속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가 지금 여기에 있다면, 예전처럼 행복한 미소를 보여줄 수 있을까? 그러지 못할 것 같아 나는 그 사진을 가만히 덮었다.
그리고 그와 즐겨 들었던 노래가 카페에 흘러나왔다. 우리는 이 노래 가사로 서로의 마음을 전하며 웃었는데, 지금은 그 마음이 전혀 닿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그는 이 노래조차 더 이상 듣지 않는 것일까? 이 모든 것이 그에게는 부담이 되었던 걸까?
그와의 연락은 점점 뜸해졌다. 나도 더 이상 그를 붙잡을 힘이 없었다. 우리 사이에 있었던 따뜻함은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내가 그에게 걸었던 기대가 너무 커서였을까, 아니면 정말 그가 변한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의 차가운 손끝을 떠올리며 나는 문득 깨달았다. 사랑이란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저절로 깊어지는 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