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서른 후반이 되었다. 사랑이라는 말이 어딘지 모르게 낯설고, 그보다도 ‘좋아하는 감정’이라는 것조차 희미해지는 기분이 든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이유라면 간단하다. 나이와 함께 취향이 점점 분명해졌고, 그런 만큼 내 마음을 끌 만한 사람을 만나는 기회는 점점 줄어들었다. 연애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좋아하는 감정 하나 시작하기조차 힘든 게 현실이라는 점이 나를 멈추게 한다.
물론, 가끔은 호감을 느낄 만한 사람을 만날 때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 앞에서는 오히려 조심스럽기만 하다. 왜인지 모르게 이런 만남에 과도하게 신중해지면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사이 시간이 지나고, 그 사람 역시 멀어져 간다. 행동하지 못한 나 자신을 자책하면서도, 다시금 이런 상황을 반복할 것을 두려워하며 내 마음을 감춘다. 나이 들어감에 따라 어딘가에 묶여 있는 듯한 기분이 들고, 자신감은 점차 사라지기만 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친구들은 하나둘씩 안정된 삶을 찾아가고 있다. 오래된 연인이 있는 친구는 곧 결혼을 준비하고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삶을 안정되게 다져나가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와 반대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표류하는 느낌이 든다. 안정과는 거리가 먼 나의 모습에 스스로도 이유를 찾기 힘든 막연한 불안감이 계속해서 나를 압도해 온다. 더 안타까운 건 하고 싶은 것들만 자꾸 늘어간다는 사실이다.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마음도,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감정도 잊히지 않고 남아 있는데, 나의 마음은 점점 텅 빈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나는 때로 내가 사랑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 어쩌면 이미 그 시기는 지나간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마치 갈망과 포기가 뒤섞인, 묘한 감정이 자리 잡은 듯하다. 더 이상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 속에서, 어느새 마음이 무뎌진 내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세상은 여전히 빠르게 흘러가지만, 나만 제자리인 듯한 느낌. 어찌할지 모르는 이 애매함 속에서, 나는 그저 조용히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이 어디엔가 있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해 보지만, 사실 위안은 되지 않는다. 이 텅 빈 감정을 받아들일 때가 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