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사랑하면, 그 사람의 생을 사랑하게 된다. 그 삶이 나와 전혀 다를지라도, 어느새 그 사람의 방식에 나도 함께 맞춰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가 처음 함께 살기 시작했을 때, 내가 가장 낯설었던 건 그 사람의 아침이었다.
나는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편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창문을 열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조용히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시간이 나에게는 소중했다. 반면, 그 사람은 늦잠을 자는 걸 좋아했다. 아침의 고요함을 즐기기보다, 침대에 더 오래 머물러 있는 것을 행복으로 여겼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너는 왜 그렇게 일찍 일어나?” 그는 어느 날, 눈을 반쯤 감은 채로 내게 물었다.
“아침 공기가 좋아서. 그리고 아침 시간은 나만의 시간 같잖아. 너는 왜 그렇게 늦게까지 자는 걸 좋아해?”
“글쎄, 난 그냥 아침이 힘들어. 침대가 제일 편하잖아.”
처음엔 그 차이가 이해되지 않았다. 아침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지 않고, 늦게까지 침대에 머무는 게 나에겐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그가 좀 더 일찍 일어나 나와 함께 아침을 즐기길 원했다. 하지만 그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그의 방식을 억지로 바꾸려는 시도를 그만두게 되었다.
대신, 그의 늦은 아침을 존중하게 되었다. 그는 아침을 싫어하는 사람이었고, 나는 그게 그의 리듬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혼자 일어나서 나만의 아침을 즐겼다. 커피를 끓이고, 책을 읽으며, 나의 고요한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늦은 아침에 그가 일어나 침대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어느 날, 그는 의외로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아침에 네가 즐기는 커피 맛은 어떤 거야?”
나는 그 순간 조금 놀랐다. 그가 아침에 대해 궁금해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한 번 마셔볼래?”
그는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날 우리는 처음으로 함께 아침 커피를 마셨다.
물론 그 이후에도 그는 여전히 늦게 일어났다. 아침에 대해 그가 느끼는 감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고, 나 역시 내 리듬을 고수했다. 하지만 그가 가끔 일찍 일어나 나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날들이 생겼다. 그럴 때마다 나는 우리가 조금씩 서로에게 물들어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나는 그 사람의 삶을 이해하려 애쓰지 않았다. 그저 그가 그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가끔은 그가 나의 아침을 궁금해할 때도 있었다. 그 다름은 때로 나를 혼란스럽게 했지만, 어느새 우리는 그 차이를 서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여전히 그는 늦게 일어나는 사람이고, 나는 아침을 즐기는 사람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간을 보내지만, 그 차이 속에서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