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비슷했을지도 몰라
우리가 닮았다는 생각은, 생각해 보면 언제부터였을까. 처음 만났을 때였을까. 아니면 시간을 꽤 함께 보낸 뒤였을까. 그게 언제였든, 나중에는 그런 생각이 나를 조용히 사로잡았다. “너와 내가 닮았구나.” 겉모습 때문은 아니었다. 네 웃음소리, 네 목소리, 그런 외적인 것들 때문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우리 사이에 흘렀던 무언가가 닮았다고 느껴졌다.
너는 가끔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깊은 생각에 잠기곤 했지. 내가 물어보면 “아무것도 아니야” 하고 웃었지만, 나도 사실 똑같이 그랬다. 그 묵묵한 시간을 서로가 모른 척했던 게, 어쩌면 우리를 서로 비슷하다고 느끼게 했던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중에 깨달았다. 닮았다고 해서 같은 건 아니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외로움은 늘 내 것이었다. 내 옆에 사람들이 있어도, 그 안에서 나는 항상 혼자였다. 그러면서도 누군가가 내 곁을 지나칠 때는 괜히 초조했다. 그 모순이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었지. 너도 그런 줄 알았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외로움을 마치 거울처럼 비춰주며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너의 외로움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게 생긴 거였다. 네가 가진 외로움과 내가 가진 외로움은 비슷해 보였지만 결국 다른 무언가였다.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땐 이미 늦어버렸지.
그 계절은 바람이 잦았다. 나는 네게 상처를 주는 말을 툭툭 내뱉었고, 그때마다 너는 눈을 깜박이며 당황한 듯 웃었다. “너 원래 이런 사람 아니었잖아.” 그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럼에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어쩌면 멈추는 방법을 몰랐던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 순간의 나는, 우리 둘 중 누군가는 먼저 떠나야 한다는 이상한 결론에 다다랐던 걸까.
그러다 너는 정말 떠났다.
네가 떠난 날, 나는 네 뒷모습을 끝까지 보지 않았다. 그러지 않으면 조금은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내 착각이었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몇 년이 흘렀다.
누군가 내게 너를 물어보면, 나는 고개를 저으며 웃는다. “그냥, 그런 사람이 있었지.” 그뿐이다. 나는 너를 회상하지 않는다. 애써 감정을 덮어둔다. 그게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가끔 그 계절의 바람이 불어올 때면 문득 멈춰 서게 된다.
너를 잃고 나서 나는 무엇을 얻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네가 없어진 자리에는 단지 묵직한 공백만 남아 있다. 그 공백은 내 것이면서도 너의 것이기도 하다. 너와 내가 닮았다는 생각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 없는 이유가, 어쩌면 그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닮았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같지 않았고, 그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리고 너를 떠나보내며 나는 나의 일부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
사람들은 가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묻는다. 그런 순간마다 나는 “모르겠어”라고 대답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이런 공백들을 채워가는 과정일까. 아니면 그저, 이 공백을 더 자연스럽게 견디게 되는 일일까.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