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은 늘 울퉁불퉁했다. 고르지 않은 길 위를 맨발로 걷는 것 같았다. 때로는 발바닥이 아려왔고, 가끔은 걸음을 멈추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울퉁불퉁한 길이 싫어서 도망쳤던 걸지도 모른다.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 애쓰며, 나는 늘 앞을 향해 뛰었다.
그런 내 곁에 잠시 멈춰 선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내게 다가와 말했다. “괜찮아, 잠깐 멈춰도 돼.”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아니, 못 들은 척했다. 나는 뛰는 게 익숙한 사람이었으니까. 멈추면 내가 쫓겨왔던 것들이 나를 따라잡을까 봐, 내가 들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질까 봐 두려웠다.
네가 떠오른다.
너는 늘 나보다 나를 더 많이 사랑했던 사람이다. 내가 거지같은 삶에서 벗어나려고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다가, 겨우 쉬는 날 너를 만나면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어깨를 감싸주곤 했다. 마치 폭풍이 지나간 뒤의 고요한 숲처럼.
너는 내가 어떤 이야기를 꺼내도 듣고 있었고, 내가 침묵해도 그 침묵을 함께 견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 순간들이 편안하면서도 불편했다.
사람들은 사랑이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네 사랑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두려웠다. 사랑은 따뜻했지만 동시에 무거웠다. 네 사랑 앞에서 나는 점점 더 초라해졌다. 그래서 나는 너를 밀쳐냈다. 내가 널 상처 줄 거라고, 너에게 피해를 줄 거라고 말하면서. 하지만 이제 와서야 안다. 내가 너에게 준 상처는 그런 말들이 아니라, 그 말들 뒤에 숨겨진 내 두려움이었다는 것을.
“네가 왜 나 같은 사람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내가 내뱉었던 그 말이 네 마음에 어떤 흔적을 남겼을지, 지금도 생각하면 아프다. 그 말은 너를 밀쳐내려던 핑계였지만, 사실은 나를 향한 독백이었다. 나는 내가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내 삶은 언제나 도망치는 모양이었다. 네 곁에 있을 때조차 나는 끊임없이 도망치고 있었다. 사랑은, 특히 네 사랑은 내게 너무 선명했다. 너무 따뜻했고, 너무 분명했기 때문에 나는 오히려 그게 부담스러웠다. 사랑은 늘 내가 숨기고 싶었던 것들을 드러내는 빛과도 같았다. 그래서 나는 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으로 한 발씩 물러났다.
나는 혼자가 되어야만 괜찮아질 수 있다고 믿었다. 누군가 곁에 있으면 내가 도망칠 공간이 없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너를 밀쳐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항상 너의 주변을 서성이곤 했다. 마치 집을 떠난 사람이 다시 그 집의 창문 앞에 서는 것처럼. 너의 사랑은 문 밖으로 나를 떠밀어 놓고도 늘 나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너는 나에게 쉼이라는 단어였다. 내가 지쳐 있는 동안에도 너는 내 옆에 있어 주었다. 하지만 나는 그 쉼조차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쩌면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너의 사랑이 아니라, 나 자신의 연약함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스스로를 지킬 자신이 없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하면서, 누군가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사랑은 무언가를 주는 것만큼이나, 받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너를 잃고 나서야 알았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도 도망치는 모양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랑은 무거운 그림자처럼 느껴지고, 나는 그 그림자를 피하기 위해 여전히 혼자 걷는다.
하지만 나는 가끔 너를 떠올린다. 네가 내게 남긴 따뜻한 잔상을.
“괜찮아, 잠깐 멈춰도 돼.”
네 말이 종종 귓가에 울린다. 나는 여전히 그 말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말 덕분에 나는 아주 가끔씩 멈추는 법을 배우고 있다.
도망치던 나의 삶에서 유일하게 멈출 수 있었던 순간들, 그 순간의 한가운데에는 늘 네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그 사랑의 주변을 맴돈다.
잠시라도 기대서 쉴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