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이 편지를 읽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만약 이 글이 당신 손에 닿는다면,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어디선가 편안히 잘 지내고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나는 그대가 혼자 아파했던 날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의 나는 그대의 고통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고, 아니 어쩌면 감당할 용기조차 없었던 것 같습니다. 대신 나는 외면했습니다. 모른 척했습니다. 그리고 그대의 상처에 나의 이기심을 덧씌웠습니다. 내 부족함이, 내 무지가, 내 모진 말과 행동이 그대를 얼마나 더 아프게 했을지 이제야 생각합니다.
나는 이제 그 모든 후회와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이 편지를 쓰며, 그대의 마음을 온전히 헤아리지 못했던 과거의 나와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내가 더 일찍 그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면, 더 자주 그대의 마음에 귀 기울였다면, 우린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그 물음은 이제 아무런 의미도 없겠지요.
나는 아직도 당신과 함께했던 계절들을 기억합니다. 그대가 웃을 때, 내가 세상의 모든 빛을 본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내가 그대를 웃게 했던 시간보다 울게 했던 시간이 더 많았다는 사실이 내게는 가혹한 진실로 남아 있습니다. 나는 그대가 혼자 흘렸을 눈물의 무게를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내가 그 무게를 가늠하려 드는 것조차 그대에게는 모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대가 떠난 이후 나는 매일같이 그대의 흔적과 마주합니다. 머물렀던 공간에, 나눴던 대화에, 때로는 불현듯 스치는 음악 한 소절에까지. 그 순간마다 나는 내가 얼마나 그대를 사랑했는지, 그리고 동시에 얼마나 그대를 아프게 했는지를 되새기게 됩니다. 이런 내가 그대를 다시 만날 자격이 있을까요? 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대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나의 마지막 바람입니다. 더 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대가 혼자만의 싸움을 계속하지 않아도 되는 날들이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당신을 지키지 못했던 만큼, 이제는 당신 자신이 당신을 지켜주기를 바랍니다. 내가 했어야 했던 일들을 당신이 스스로 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이제 나는 그대의 몫까지 아파하며 살겠습니다. 그대가 나로 인해 겪었던 아픔의 무게를 내가 평생 안고 살아가겠습니다. 그대가 받았던 상처와 흘렸던 눈물의 수만큼 내가 대신 고통을 느끼고, 내가 대신 눈물을 흘리겠습니다. 이것이 내가 그대에게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속죄라면, 나는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언젠가, 아주 먼 미래에 우리가 다시 마주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부디 내가 아닌 나로 인해 행복해진 당신을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나는 그날 그대에게 환한 웃음으로 인사를 건넬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 편지입니다.
안녕, 그대.
평생을 행복하게 살아주세요. 나는 그대의 행복을 멀리서도 기원하며 살아가겠습니다.
당신을 깊이 사랑했던, 그리고 깊이 후회하는
한 사람으로부터
류이치 사카모토의 Merry Christmas Mr. Lawrence가 흐르는 방에서, 그대의 이름을 떠올리며 이 글을 씁니다.
https://youtu.be/FJslPXPsz_Y?si=IvZe27RlbhGY6gn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