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세상을 이렇게 시끄럽게 만들었을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모든 것이 단순했고, 소박했다. 작은 편지 한 장에도 마음이 떨리고, 굳이 약속하지 않아도 익숙한 골목 어귀에서 마주칠 수 있던 시간들. 보고 싶은 마음이 참지 못할 만큼 커져서 무작정 그 사람의 집 앞을 서성이던 밤들. 그런 시간들이 이제는 마치 먼 과거의 꿈처럼 아련하다.
그때의 세상은 보이지 않아서 그리운 것이 많았다. 그리워하는 마음은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동시에 아름다웠다. 기다림의 끝에 마주하게 되는 기쁨이 있었고, 그 기쁨이 주는 충만함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보이지 않으면 그리움이 아니라 불안이 밀려온다.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모든 것이 걱정이 되고, 보이지 않는 사이 관계는 점점 희미해진다. 세상이 너무 빨라져서일까, 아니면 내가 너무 느려진 걸까.
나는 아직도 그때의 시간 속에 머물러 있다. 이 세상의 빠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천천히 흘러가던 그 시절의 기억에만 머문다. 그 시절은 모든 것이 서서히 변했고, 기다림이 주는 설렘이 있었다. 편지 한 통을 받기까지의 시간이 기다림의 의미를 가르쳐 주었고, 약속의 장소로 가는 길에서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설렘이었다.
지금은 모두가 행복을 연기하는 세상 같다. 웃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안에 감추어진 피로와 고독을 나는 본다. 세상은 빠르고, 사람들은 분주하다. 더 많은 것을 이루고, 더 많은 것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살지 못한다. 나는 그저 솔직한 감정에만 집중하고 싶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걷고, 눈에 보이는 작은 것들에 마음을 두고 싶다.
가끔 하늘의 구름을 본다. 구름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하늘 위를 천천히 흐른다. 그 구름을 바라보며 나를 떠올려줄 누군가가 있을까, 나는 그 시절의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떠올린다. 바다에 부딪히는 파도를 가만히 바라보면서도 생각한다. 나는 왜 이렇게 세상의 흐름에 맞춰 살지 못할까. 빠르기만 한 이 세상이 나를 밀어내는 것 같아 외롭다.
너무 빠른 세상은 나를 어렵게 만든다. 사람들의 관계도, 감정도, 시간의 흐름도 내가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흘러간다. 나는 그저 천천히 흐르던 시절이 그립다. 천천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어졌던 대화들, 감정들, 그리고 사랑들. 기다림 속에서 피어났던 설렘과 그 설렘이 이끄는 발걸음들이 그립다.
가끔은 생각한다. 내가 그 시절을 너무 사랑해서일까. 아니면 지금의 세상이 너무 낯설어서일까. 천천히 흘렀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사랑만으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늘을 보고,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하루는 충분히 행복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게 사는 것이 세상과 어긋나는 일처럼 느껴진다.
나는 여전히 그 시절을 꿈꾸며 살아간다.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한 기억을 되새기며, 그때의 느리고 순수했던 시간들을 그리워한다. 아마 나는 평생을 그렇게 살겠지.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나는 여전히 그 시절 속을 걷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절의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이렇게 바란다. 그들도 천천히 흘러가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기를. 이 빠르고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도 그들만의 조용하고 따뜻한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