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아름답지 않다.

by someformoflove

사랑은 아름답지 않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흔히들 사랑을 ’ 아름답다 ‘고 표현하지만, 내가 경험한 사랑은 그와는 거리가 멀었다. 사랑하는 순간에도 나는 늘 불안했다. 사랑을 나누면서도, 그 감정의 이면에는 언제나 떠나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쩌면 평생을 불안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사랑조차도 그 불안의 연장선이 되었던 것 같다.


처음으로 그 사람을 만났을 때 나는 내가 불안함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그녀는 나에게 있어 안식처였다. 따뜻하고, 언제나 나를 이해해 주었고, 내가 말하지 않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도 나는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다. 마음속에 쌓인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그녀의 사랑이 내게 온전히 주어졌음에도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대신 의심했다. 그녀의 사랑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릴까 봐, 나는 늘 그 가능성에 대비하며 살아갔다.


한 번은 밤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옆에서 평화롭게 잠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면서도, 나는 온갖 생각에 사로잡혔다. ’혹시 내가 무언가 잘못하면, 그녀가 떠나지 않을까?‘ 같은 생각들. 그때 내 안에 깔린 불안은 바다 밑에 가라앉은 돌멩이 같았다. 보이지는 않지만, 언제든지 그 돌멩이가 나를 끌어당길 것 같았다.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녀의 말이 진심임을 알면서도, 나는 그 사랑이 한순간에 증발해 버릴 것만 같아 두려웠다.


나는 참 어리석었다. 사랑이란 애초에 의심하고 대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도, 나는 사랑을 붙잡는 방법을 몰랐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그녀가 떠나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나 스스로가 그 불안을 견디지 못해 그녀를 밀어냈다. 어쩌면, 떠나지 않을 그녀를 먼저 떠나보내는 것이 내가 택한 유일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미리 준비하면 덜 아플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사랑은 준비한다고 덜 아픈 게 아니라는 것을.


그렇게 그녀가 내 곁을 떠나고, 나는 혼자가 되었다. 사실 그녀가 떠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불안은 사랑이 아니라 내 안에서 자라난 것이었고, 그 불안 때문에 내가 스스로를 가둬왔다는 사실을. 그녀가 떠난 이후로 나는 다시는 그 자리를 채우지 못했다. 마음속에 누군가를 들이지 않게 되었다. 아니, 애초에 들일 수 없었다. 떠난 자리에 남겨진 건 불안이 아니라 공허였다. 그리고 그 공허는 누구도 채울 수 없는 빈 공간이 되었다.


나는 때때로 떠오르는 장면을 기억한다. 우리가 함께했던 어느 바닷가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그녀가 내 손을 꼭 잡았던 순간. 그녀는 ’ 떠나지 않을 거야 ‘라고 말했지만, 그때 나는 그 말을 믿지 못했다. 믿고 싶었지만, 그저 그렇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마음속에 가득 찼다. 그 의심은 마치 해변의 모래와 같았다. 단단해 보이지만, 발을 내딛으면 서서히 빠져들 듯 나를 삼키는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한 건 내 불안이 너무 커서였다. 사랑은 누구에게나 격동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바람에 나부끼는 커다란 깃발처럼, 처음에는 그 휘몰아침이 낯설고 두려웠다. 사랑은 나를 흔들었고, 그 흔들림 속에서 나는 안전하지 않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 사랑을 거부했고, 결국 그녀를 잃었다. 사랑은 내가 포기해 버린 싸움이었다.


이제는 혼자 남은 나 자신을 돌아본다. 나는 여전히 불안하다. 그러나 그 불안이 더 이상 나를 지배하지는 못한다. 나는 사랑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사랑을 두려워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나에게서 사랑을 빼앗아 갔다. 결국, 사랑을 지키지 못한 것은 나 자신이었다. 그녀가 떠나간 것은 불가피한 결과였다.


나는 때때로 묻는다.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다시 누군가를 내 마음속으로 들일 수 있을까? 답을 찾지 못한 채 질문만 되뇌곤 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제는 떠나보내는 대신 붙잡을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사랑은 아름답지 않다고,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고 말했지만, 사실 사랑은 나를 부서뜨렸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이제는 그 부서진 조각들을 다시 주워 모으는 중이다.


사랑은 완벽하지 않다. 때로는 불안하고, 고통스럽고, 실패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사랑의 전부는 아니다. 사랑은 나를 흔들어 놓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나는 이제 그 흔들림을 두려워하지 않으려 한다.

이전 18화사랑의 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