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meformoflove Oct 17. 2024

우린 참 닮았어요

“우린 참 똑같은 게 많은 것 같아요.”

그녀가 처음 내게 했던 말이다. 우리는 연애 초기에 정말 많은 것이 닮아 있었다. 서로의 취향은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일치했다. 좋아하는 음악도 같았고, 선호하는 음식도 똑같았다. 휴일이면 자주 찾던 카페에서 같은 책을 읽으며 웃었고, 영화 취향마저 비슷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편안했고, 자연스러웠다.


그때는 그 모든 게 신기했다. 이렇게 똑같은 사람을 만난다는 게 우연일까, 아니면 운명일까. 운명이라는 단어를 믿지 않았던 나도, 그녀와 함께라면 그것이 실제로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처음 데이트하던 날, 그녀는 내게 말했다.

“우리 음악 취향도 똑같네요. 이 노래,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이에요.”

그 순간, 나는 그녀와 나의 공통점이 또 하나 생겼다는 사실에 미소가 지어졌다.

“진짜요? 나도 이 노래를 즐겨 들어요. 우리 정말 잘 맞는다.”

그렇게 말하며 우리는 하루 종일 웃었다. 마치 서로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고, 그 속에서 자연스레 함께할 미래를 그려나갔다.


몇 해가 지나는 동안 우리는 행복했다. 특별한 일 없이도 서로의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나와 그녀는 마치 같은 선을 그리며 나아가는 두 사람이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고, 서로에게서 위로를 찾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우리는 오랜 연인처럼 익숙해졌다.


하지만 익숙해질수록, 조금씩 무언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좋아하던 음악은 어느새 나와 조금 다르게 들렸다. 그녀가 즐기던 음식은 더 이상 내 입맛에 맞지 않았다. 처음엔 우리가 너무 닮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닮았던 것들이 조금씩 다른 색을 띠기 시작했다.


하루는, 우리는 오랜만에 함께했던 카페를 찾았다. 예전처럼 같은 메뉴를 시켰지만, 나는 더 이상 그 맛이 달지 않았다. 그녀도 그날 유독 조용했다. 한참 말없이 커피를 마시다, 내가 물었다.

“무슨 생각해?”

그녀는 잠시 눈을 피하더니, 작게 말했다.

“우린… 참 달라졌구나.”


그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처음처럼 모든 것이 같다고 느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의 차이는 점점 더 분명해졌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음식을 먹고 있어도,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은 더 이상 같지 않았다.


그날 이후, 우리는 더 자주 다투었다. 이유도 단순했다. 작은 일들이 불씨가 되었고, 그 불씨는 사소한 차이들이었다. 그녀가 무심코 꺼낸 말들이, 내가 던진 농담이 서로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점점 대화는 줄어들고, 어색한 침묵이 길어졌다.


결국,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 헤어지게 되었다. 이별을 앞둔 날, 그녀는 조용히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는 참 다르다… 그렇지?”

그 말이 마음에 깊이 박혔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했던 말과는 정반대였다. ‘우린 참 똑같다’는 말에서, ‘우리는 다르다’는 말로 변하는 순간을 나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맞았다. 우리는 달라졌고, 어쩌면 애초부터 달랐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 차이를 처음엔 서로에게서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헤어지고 나서도 그날의 대화는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녀가 내 옆에 없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고, 우리가 함께했던 기억들이 아프게 다가왔다. 우리는 그렇게도 닮았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그녀와 함께했던 카페를 다시 찾은 날, 그녀가 마셨던 커피를 시켰다.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있는 나는, 예전처럼 그녀와의 대화를 떠올렸지만, 이젠 혼자였다.

“우린 참 닮았어요.”

그녀가 처음 내게 했던 그 말이, 이제는 아련하게 떠오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