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인사라도 할걸
임신 8주 차였다. 아이의 심장이 뛰지 않았다.
피검사를 거듭했다.
호르몬 수치가 더 이상 오르지 않았다.
아이는 그렇게 내 속에 있으면서도 내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아이를 갖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었는데 심장이 멈춰버린 아이를 세상 밖으로 꺼내는 일은 왜 이리 쉽게 진행됐을까.
산부인과에서는 이런 일이 늘 있는 듯 저기에 가셔서 검사 한 번 더 하시고요, 날짜 잡으시고요, 수납하고 가시면 됩니다.라고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왜 그렇게 허둥지둥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했을까 싶기도 하다. 사나흘 정도 시간을 갖고 이별해도 좋았을 것을.
다음 날 나는 소파수술을 받았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수술이었다. 마취약이 들어가면서 어디선가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이상해, 이상한 냄새야, 뭔가 이상해.라고 느낄 때쯤 간호사는 날 깨웠다. 수술이 끝났으니 걸어서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옆방 침대로 걸어가 남편을 보며 대성통곡을 했다. “너무 아파, 이제 아기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