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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핵추남 Feb 26. 2024

나는 F형 회사원입니다 (2)

그와 그녀

지난 미팅 1시간 뒤,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그녀는 다른 팀원 3명이 있는

단체창에 그에게 하지 못했던 불평을 풀어놓는다.

그것도 1,2,3,4,5,6으로 정리해서..


불만은 내가 가진 것과 비슷하다.

근데, 본인은 이렇게 내지르면 풀릴 수 있겠지만.

나는?

난 이미 내 감정까지 포함해서 쓰레기통을 비웠는데?

다시 쓰레기를 내게 버린다고?


그와 그녀가 비슷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본인들만 안다는 것.


본인들이 느끼는 감정/생각을 남들도 똑같이

혹은 그것보다 더 심각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것을 간과하면서 타인에게 본인의 억울함/힘듦을

호소한다.


그럼 남의 억울함/힘듦도 들어줄 줄 알아야지.

내가 그/그녀에게 힘듦을 호소했을 때 그들은 어땠는가?


일단 알았고. 무슨 말인지 알고.

그래서 내가 뭘 해주면 돼요?

원래 그런 사람들/회사잖아요.

이런 대답들 뿐.


그러면서 남한테 쓰레기 버리면 안 되지.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 싶은, 열심히 일하고 싶은,

그래서 유용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그들은 또 똥물을 뿌린다.


정신 차리자.

이런 사람들이 존중받는 회사 따위에 열 올리지 말자.

열심히 하지 말자.


10년 간 회사생활을 한 허양은 꿈이 많은 사람이었다.

누구보다 에너지가 많고 잘 웃는 사람이었다.

박사과정이 힘들지 않았을까?

전 직장이라고 쉬웠을까?


지금의 직장을 옮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팀을

옮기어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R&D만 하던 그녀에게 모든 경제 용어가 낯설었다.

스스로 배우기 위해 개인시간을 썼다.

장거리 통근이라 남들보다 먼저 퇴근하는 것이 눈치가 보였다. 대신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기 위해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났다.


어느 날 갑자기 출근하던 버스 안에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정신건강의학과에 다녔고 약을 먹기 시작했다.

감기가 걸리면 감기약을 먹듯

마음이 아프면 정신과약을 먹는 거라 생각했지만

남편을 제외하고는 다른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그들도 걱정거리가 많은데 괜히 자기 때문에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남편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아프면 주위에 나 아프다고 알려야 알아주지 않느냐고.


그녀는 ‘말이야 쉽지.’라고 생각한다.

한 번도 칭찬을 않던 부모에게 내 걱정 좀 해달라 하라고?

여자로서 회사 다니는 것만으로도 많은 견제와 제약이 있는데 거기에 내 약점을 스스로 하나 더 공개하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정신질환자만 385만 명이라지만 우리 주위에서 정신과 다닌다는 이야기를 못 듣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이다 이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아.


허양의 남편은 그때만 해도 그녀의 직장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면 나아지리라 기대했다. 불장에 높아진 전세금은 고려하지도 않았다. 이 또한 과정이라 지나갈 수 있다고, 자신의 아내는 약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정작 이직할 때 가장 응원한 사람이 그녀의 남편이었다.

자신 회사에 연차를 내고 허양의 이직 면접을 데려다주기도 했다.

지금 그녀의 남편은 아내가 다니는 회사가 밉다.

이직을 적극 권고했던 자신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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