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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핵추남 Feb 22. 2024

나는 F형 회사원입니다 (1)

아침 조회

2024. 2월 어느 날 아침.


아침부터 일장 연설.

어제 잔소리하고 싶었는데, 그걸 못해서 혹은 코칭이 필요한 애들이라 의무감에 아침부터 일장 연설을 터나 보다.


귀 끝을 지나가는 말들.

일부러 안 들으려고 해도 몇몇 단어들이

귓속에 들어와 마음에 꽂힌다.


"효율적이지 않다. 본인이 요새 팀원들과 이야기할 때

감정 소모가 심해서 비효율적이다"


뭐래..

사람 관계 간에 당연히 신뢰를 쌓으려면

어떻게 소통해야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그러면 감정이 소모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미간이 찌푸려지지만,

손가락 놀리는 것 외에는 대꾸를 하고 싶지도 않고

할 힘도 없다.


'이 시간만 아껴도 효율성이 올라갈 텐데..'


동료한테 ‘저 새끼 또 왜 저래? ‘하고 메신저를 날려봐도, 돌아오는 답은 ㅋㅋㅋㅋ 아님 ㅎㅎㅎㅎ

나와서 ‘오늘 미팅의 메시지가 뭔가요?’라고 물어도

몰라요. 안 들었어요.


그것도 그렇다.

사람이 하는 말이고 사람들이 해야 되는 일인데,

내가 상처받지 않으려고 남의 이야길 듣지 않고,

윗사람은 ‘닥치고 그냥 네, 알겠습니다.’라고 좀 해봐.

그러면서 팀워크를 외친다면?


팀워크가 아니라.. 이건 그냥 군대다. 상명하복.


그냥 꼰대들은 ‘나 꼰대야 그니까 맘에 안 들면 나가!’

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그럼 시원하게 쌍욕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


힘들다고 어설프게 동료들한테 얘기했다가,

그래도 그분 말투는 착하잖아 라는 얘기 안 들어도 되니까.


그래,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서,


아 씨발 병신새끼 뭐래. 시간 버렸네. 대충 해주고 치우자.


오늘도 나는 'F'형 인간으로서,

코칭으로 포장한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었고,

그 쓰레기통은 담긴 쓰레기를 부정하며, 내 감정까지 함께 비워버린다.

내가 상처받기 전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도록.


-아침 조회 끝.-




대한민국 회사들은 시간도 없고 할 건 많다는데

정작 시간이 모자라고 할 일이 안 되게 만드는 것을 보면

그 팀을 이끄는 리더들이 원인인 곳이 많다.

자신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부하직원들에 쏟아내기 위해

시간을 잡아먹는 하마들.

그렇게 하고도 부하직원의 수배의 월급을 받는 사람들.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은 절대 놓지 않으려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욕하다가 직급이 오르면 똑같아지는

무기력한 세뇌주의자들.

SNL을 보면 90년대와 지금의 회사 사무실을 비교하는

코미디가 나온다. 글쎄? 현실에서는 달라진 게 그다지 없다.

너무 많은 친구들이 ‘대한민국 회사’에서 본인들을 갈아 넣고 갉아먹히고 있는 것을 본다.

mbti, 직급, 업종을 달리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들 대부분은 ‘변화’를 바라던 사람들이다.

자신들의 희망을 믿고 더 나은 상황으로 바꾸려고

노력하다 벽에 부딪히고 튕겨져 나간 사람들.

그 벽에 부딪혀볼 생각도 안 한 사람들이 도리어

그들을 안쓰러워하거나 비난을 한다.

그걸 듣는 튕겨진 자들은 더 자괴감이 든다.

이러려고 이 노력을 했나? 애초에 내가 바보였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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