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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핵추남 May 16. 2024

나는 F형 회사원입니다 (24)

모든 인간은 죽는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태어난 그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


같이 제주 여행을 온 환우의 친구가 죽었다.

스스로 인생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 친구는 무엇이 가장 힘들었을까?

나도... 그런 생각을 해본 경험이 있었기에

내가 직접 아는 사람이 아님에도 슬픔이 몰려왔다.


환우는 소식을 듣자마자 카페 한가운데 주저앉아

오열을 했고

화를 냈고

처절하게 슬퍼했다.


그런 그의 옆에서 나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자신도 스스로 챙기기 어려운 이 시기에

왜 하필 이런 아픔이 찾아온 걸까?


죽은 그의 친구는 마음이 아픈 그를 10Km를 달리게 하며 위로해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그랬던 그 친구는 왜 스스로 이생의 끈을 놓아버린 걸까?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목놓아 절규하는 그의 모습과

우리가 같이 있는 팬시한 녹차카페와 차밭은 풍경이

대비되어 생경하게 느껴졌다.


나 역시 그의 친구와 같은 선택을 했다면

내 주위의 사람들이 이렇게 슬펐겠구나.


잔인하게도,

나는 떠난 사람이 내가 아닌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정신을 차리고 그를 진정시키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어떻게 운전하고 왔는지

내 얼굴 근육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몰랐던 어제.

그는 그렇게 여행을 마치고

친구 배웅을 하러 제주를 떠났고

나는 혼자 남겨졌다.

긴 여운이 나를 덮쳐올 때,

동생네 부부가 나를 찾아왔다.


행복했던 제주에서의 이 시간.

인생에 대해 그리고 죽음에 대해

깊은 생각에 빠졌다.


죽으면 끝인데 왜 그리 아등바등 살아왔던 걸까?

순간순간 찾아오는 행복을 누리기에도

짧은 인생인 것을.




허양이 제주에 가 있는 사이 많은 친지들이 그녀를 찾아주었다. 남편의 사촌동생이자 그녀의 환우도 그중 하나.

허양의 남편이 제주에 내려가면 다 같이 보기로 했는데

사촌동생은 지인의 장례를 챙기러 먼저 떠날 수밖에 없었다.

본인도 아팠지만 힘든 사촌동생을 응원했던 친구라고 한다. 같이 살자고 했는데 먼저 떠나버렸다.

남은 자는 떠난 자를 원망하고 그리워한다.


사촌동생이 받은 충격으로 혼자 있기를 무서워하여

허양과 남편이 같이 지내주기로 했다.

동정과 연민 그리고 유대야말로 인간이 지금까지

진화할 수 있도록 한 원동력 아닌가?

사실 지금 해줄 수 있는 것이 같이 있는 것뿐이기도 하고.


허양의 남편의 좌우명은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의


  ‘죽음을 직시하고 살자


였다고 한다.

그러나 요새처럼 저 말을 곱씹게 되는 시간이 지금껏 있었나 싶기도 하다.

인간은 태어난 이상 죽음을 향해 살고,

내일이라도 죽을 수 있기에 오늘을 가치 있게 살아야 한다는 뜻의 저 말이 요새처럼 가슴에 새겨지는 때가 없었다.


이 일기를 쓰기 시작한 지 약 두 달.

허양의 남편에게 많은 이들이 나도 그렇다고 연락해 온다. 이렇게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허양과 같은 아픔을 갖고 있음을 이제야 알고 몰라봐준 것에 미안하기도 하고 허양에 공감해 주는 것에 고맙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동시에 여러 친구 혹은 지인들의 암소식도 들린다. 암이 원래 이렇게 흔한 거였나?

몸도 마음도 아픈 사람이 이리 많다는 것을 깨닫는 요즘

허양의 남편은 아프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에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고 있다.


우린 모두 죽는다.

다만 그게 오늘은 아니니까

내일보다 건강한 오늘을

아낌없이 충만하게 보내자.


우리,

살자.

2024년 4월의 제주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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