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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핵추남 May 04. 2024

나는 F형 회사원입니다 (22)

무기력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오늘도 날씨가 참 많이 흐리다.

일어나자마자 오늘은 뭐 하지? 고민이 된다.

근데 뭘 시작하기 힘들어서.. 오늘도 일어나자마자 게임을 켠다.

바쁘게 살아왔던 삶을 게임에서 대신하고 있는 느낌이다.

(심즈를 시작했는데 그곳에 사는 심들은 쉬지 않고 일을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피곤하고,

별로 일정이 많지 않아도 몸이 아픈 요즘이다.

대체 이런 몸으로 어떻게 일을 한 건지... 또 궁금하다.


여러 가지 증상이 순환하며 갑자기 찾아온다.

우울했다가, 화가 났다가, 불안했다가, 무기력했다가를 반복한다.

요즘은 무기력한 시즌인가 보다.

이래도 되나 싶을 땐,

환우회 멤버 중 이 긴 터널을 빠져나온 분에게 조언을 구한다.

'산책 빼고 뭘 하려고 하지 말아라. 그래도 된다'

사실 나도 가끔은 내가 환자임을 잊어버리곤 한다.

나 역시 물리적으로 아픈 것이 아니어서 그런가 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정신적 교통사고를 당한 환자에 비유해 보기로 했다.


교통사고가 나서 여기저기 다친 환자는

어디 나서기도 참 힘이 들고,

밖에 나가도 걷기가 불편해서, 혹은 팔이 아파서,

목이 불편해서 무슨 일을 해도 2~3배 에너지가 든다.

쉽게 피곤해져서 웬만하면 나가지 않는다.


나도 그렇다.

어디 나가기 힘들고,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진다.

나의 아픈 것을 하나하나 설명하기도 힘이 든다.


그래도 나름 사람들도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고,

횟수는 많지 않지만 운동도 나가고,

이것저것 만들어보기도 하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도 해보려고 하는데..


뭘 더 해야 되는 걸까?


무기력한 나에게 요즘 최대 고민이다.



무기력하고 우울한 사람을 옆에 두고도

자기는 기쁘다고 마음껏 웃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사이코패스 아닐까?


허양의 남편은 원체 하루를 사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지라

늘 행복한 사람인데 (늘 High란 것은 아니다)

지금은 그렇지를 못 한다.

바로 옆에 사람이 힘든데 그  앞에서 웃고 즐길 수 있으랴.

그렇다 보니 문득 그도 우울하단 느낌이 들었다.

체력도 떨어지고 집중도 안 되고 마음도 헛헛하고.


아니다. 이러면 안 된다. 나까지 그러면 안될터.

나는 나대로 내 감정을 숨기지 말자.

허양을  배려하되 눈치는 보지 말자.

그래야 좋은 기운 받고 허양도 나아질 거다..라고

남편은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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