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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핵추남 Jul 12. 2024

다시 제주 (부록)

같이 제주

또 제주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다시, 제주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도 함께 왔다.


진작에 같이 왔어야 하는데 오히려 늦었다.


혼자서도 잘하겠거니라는 기대를 우울증 환자에게 했던 나는 얼마나 이 병에 대해 4년이 흐르도록 몰랐나란 자책과 함께 부끄러움을 안고 이번 제주 살기에 동행했다.


급하게 준비하면서 휴가시즌이 겹쳐 원하는 숙소를 얻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잘 됐다. 덕분에 3군데 다른 숙소를 옮기며 다른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겠다.


3주간 서울을 비워야 하기에, 회사와는 조율하여 인력공백은 피할 수 있게 제주에서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나는 ‘가족이 아파’서 ‘제주’에 생각지도 못하게 오게 된 것인데, 후자에만 방점을 찍고 내가 특혜를 받은 양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그렇면 당신들 가족도 아프시던가요.’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는 것을 참았다.

나도 요새 이렇게 화가 많아졌다.

예전 같으면 듣지도 못할 말에 예민해지고 보지도 않았을 것에 눈이 거슬린다. 그 때문에 집중도 잘 못 하고 기억력도 떨어진 느낌이다. 수십 년을 산 서울은 요즘따라 왜 이리 복잡하고 짜증이 나는 건지.


그래서 나도 기대가 되었다.

아내의 회복뿐 아니라 나의 변화도 기다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망이 크지 않도록 너무 큰 기대는 안 하려 하고 달라진 환경에 리프레시하는 것에 만족하려 노력 중이다.


그렇게 제주에 왔다.

같이, 함께.


첫날은 날도 흐리고 힘들었는지 피곤했는데

다음날은 날도 개고 기운도 난다.

왠지 모르겠지만 이유 없이 한 달째 아프던 어깨도 괜찮다.


그리고 이게 어떤 감정인지는 모르겠는 게,

나는 재택근무를 하러 왔으니 일을 하는 건데,

여긴 살던 집은 아닌 것이 휴가 같은 기분도 나고,

독채를 빌려서 사느라 필요한 휴지, 세제 등을 사러 갔다 오니 마치 새로운 곳에 이사 온 느낌도 나고,

아내도 왠지는 모르지만 마음이 편하다고 하는 것이,

싫지 않은 느낌이다.


3주가 지나고 얼마나 달라질지, 그 상태가 서울로 돌아가서도 계속될지는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우린 ‘이곳’에서 ‘지금’을 살 생각이다.


첫 숙소에 제비가 둥지를 텄다. 새끼들이 나는 것을 보고 떠날수 있을까?

우리가 이곳에 있다 하니 서울의 아픈 영혼들도 잠시 들르러 내려오겠다고 한다. 그들도 부디 리프레시되어 돌아가길.


첫 아침 산책길

이 연재글의 마지막 회는 3주 뒤 제주도사진들의 포토덤프로 마무리 할 테니 기대하시라.

재택근무 사진을 찍어보려 삼각대를 핀 순간 자세가 뭔가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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