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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별 Dec 03. 2020

순식간에 끝난 첫 행사

20개로는 정말 턱도 없구나.

대망의 첫 행사였다. 대부분 학교도서관이 그러하듯 나도 첫 행사는 4월 23일, '세계 책의 날' 기념행사로 시작했다. 그리고 혼자인 만큼 하루에 몰아서가 아니라 4월 내내 관련 행사를 진행했었다.




먼저 4월 초에는 도서관 이용과 행사 참여에 문제가 없도록 <연체 탈출> 행사를 진행했다. 첫 행사라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진행해서 참여율이 매우 저조했었다. 모든 담임교사를 대상으로 메신저를 전송하긴 했지만 어느 정도 홍보가 됐을지는 알 수 없었다.


매번 행사 때마다 이렇게 도움을 청하는 방식으로만 홍보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포스터를 크게 인쇄하여 모든 학생들이 하루 한 번은 꼭 지나는 급식실 앞에 붙이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그래도 꽤 많은 학생들이 도서관에 찾아왔다. 여전히 행사 참여는 많이 안 했지만. 아마 상품이 없는 단순 연체 해제 행사라서 더 그랬을 것이다.




두 번째 행사는 '세계 책의 날' 전에 진행됐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에 관해 간단한 감상문을 적는 <나의 최애 책은?>이라는 행사였다. 운영계획서를 빨리 제출해야 해서 급조한 이름이었는데 의외로 학생들이 좋아했다. 문제는 내가 이 행사를 너무 얕봤다는 점이었다.


행사를 위해 내가 준비한 것은 포스터감상문 양식, 그리고 행사에 참여한 친구들에게 줄 간단한 간식(비스킷과 사탕)이었다. 구석진 위치로 인해 접근성이 매우 낮은 편이라 평소 오는 학생 수를 생각해서 20개 정도만 준비했던 게 문제의 발단이었다. 초등학생들의 간식이나 선물에 대한 집착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간식은 정확히 1교시 쉬는 시간 10분 만에 털렸다. 진행이랄 것도 없이 정말 순식간이었다. 진짜 문제였던 건 간식 때문에 애들이 감상문을 정말 대충 썼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 정신없는 와중에 3줄 이상 써야 한다는 규칙을 즉흥적으로 추가했다. 간식은 사라진 지 오래인데 이미 뿌린 홍보는 자꾸만 아이들을 불러왔고, 나는 결국 행사 종료를 알리며 추가 행사를 계획해야만 했다.


1교시 쉬는 시간에는 저학년들 위주로 했기 때문에 추가 행사는 고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마음 같아서는 간식 때문이라도 도서관에 오는 학생들이 반가워 잔뜩 추가하고 싶었지만, 당시 예산도 없고 구입한 상품도 없었다. 기존에 준비한 간식도 사실 도서도우미 간담회에 사용하고 남은 것을 활용한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정말 다시 생각해도 슬픈 현실이다.


고학년도 별 다를 바는 없었다. 점심시간 10분 만에 또 한 번 같은 상황이 반복되며 행사는 끝났다. 허무할 정도로 순식간에 끝나버린 첫 행사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계 책의 날'이 있던 주에는 학생들이 제출한 감상문을 코팅해서 칠판에 전시했다. 거기에 더불어 '책에 관한 책'이라는 주제로 도서관 곳곳에 책 전시도 진행했다. 확실히 전시는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상품을 주는 행사가 아니다 보니 왔다가 그냥 가는 학생들도 꽤 있었다.


그렇게 어설픈 나의 첫 행사가 끝났다.




첫 행사를 진행하고 배운 점이 세 가지 있었다.

1. 행사는 저학년과 고학년을 나누어 점심시간에 진행해야 수월하다는 점. 내가 있던 학교는 애초에 점심시간이 따로라서 오히려 그걸 활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2. 행사를 할 때는 분명한 규칙을 정해야 한다는 점. 감상문의 분량이나 만화책 금지 같은 규칙은 정말 필수적으로 안내했어야 하는 부분인 걸 뒤늦게 알았다.

3. 마지막으로 행사의 문제점이라기보다는 내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얻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책이 너무 비슷했다. 이러한 학생들이 다양한 책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게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지 교훈을 되새기며 꾸준히 또 다른 행사를 기획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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