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관리자로부터 시간 외 근무를 권유받았던 내가 들었던 말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었는지 설명하자면, 학교 근무에 필요한 인증서를 발급받던 중이었다. 3월 발령인 사람을 굳이 2월에 불러놓고 업무 파악을 하라고 하기에 도서관에 가서 컴퓨터를 켰는데, 기본적인 게 갖춰지지 않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먼저 인증서를 발급받아 사용하려는데 관리자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해서 요청하러 갔다가 저런 말을 들은 것이다.
저 말을 들은 내 표정이 정확히 어땠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표정관리를 못했던 것 같다. 기가 막혀 대답도 하지 못하는 상태였으니까. 그런 나를 보더니 나는 교사가 아니니 행정실을 통해서 승인을 받으라고 했다. 나는 군말 없이 그렇게 했다. 인증서를 통해 접속한 시스템에서는 나를 주무관으로 표기했다. 어이가 없었다.
물론 나는 엄밀히 말하자면 사서교사는 아니었다. 학교에서 일하는 기간제 사서 정도의 포지션이었던 것 같다. 학교도서관에 무조건 사서를 1명 이상 배치하여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생기면서진행한 사업의 참여자였으니까.
내가 어이가 없었던 건, 교사로 인정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당연히 난 교사가 아니다. 심지어 교직 이수 과정을 거치지도 않았으니 교사로 보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쾌함을 느꼈던 건, 그 짧은 문장에서 보이지 않는 선과 계급을 느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내가 교사가 아니라면, 교사들의 관리자가 무슨 권리로 근무가 시작되기도 전에 업무를 지시하는지 알 수 없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학교가 아닌 지역구 소속이었는데 말이다.
그날 집에 가는 길에 전화로 친구에게 하소연을 하며 다짐했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지. 빈틈을 보이지 말아야지. 그러면 앞으로는 괜찮을 줄 알았다. 오늘은 미처 몰랐기 때문에 기분이 나빴던 거라고, 미리 대비한다면 상처 받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날들이 얼마나 많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