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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별 Mar 12. 2021

위로가 되어준 책

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이 많은가?

위의 문장은 내가 지은 것이 아닌, 초등학교 현직 교사가 쓴 책의 제목이다. 학교에서 일하면서, 정말 큰 위로가 되어준 책이다. 책을 처음 발견한 건 2차 수서(=책 구입) 때였다. 초등학교 도서관의 일반도서는 읽는 대상이 대체로 교사와 학부모이기 때문에 교육 관련 책을 우선적으로 구입했고, 그 선별 과정에서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여느 직장이나 조직과 마찬가지로 교사들 중에도 일정한 비율로 '이상한 사람'이 있다.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인 만큼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하지만 비극은 일정 비율의 이상한 사람이 '교사'라는 것,
그리고 학생들이 이들 앞에 무방비 상태로 일정 기간 포로가 된다는 데서 발생한다.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지만 끝내 구매는 하지 못했다. 구매를 했다면 아마 역대급 구설수에 오르지 않았을까 싶다. 안 그래도 정신없는 2학기에 이것까지 보태고 싶진 않아 자제하고 공공도서관에서 빌려서 봤었다.


나는 여기서 전혀 검증된 바 없는, 아주 조심스러운 주장을 하고자 한다.
다른 조직보다 교사 사회에 이상한 사람들이 더 자주 나타나는 것 같다.


이 책에 관한 감상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모든 페이지를 찍고 싶은 책"이었다. 이걸 설명하기 위해서는 내 습관 얘기를 먼저 해야 될 것 같다. 나는 책을 읽다가 인상적인 문구가 있으면 사진을 찍어 남기는 습관이 있다. 고로 이 책은 모든 페이지마다 구구절절 인상적이고 공감되는 문구로 가득했다는 의미다.


몇 년 동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 중 하나
 "학교에는 왜 이렇게 이상한 사람이 많을까?"였다.

…교사라는 자격을 떠나 일반 시민의 기준으로도 납득할 수 없을 정도의
사회적, 도덕적 관점을 가진 교사들이 나타나 나를 종종 충격에 빠뜨렸다.

그 충격의 종착점은 저들이 이상한 게 아니면 내가 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었다.


읽는 내내 저자의 분노를 온전히 느끼며 공감할 수 있었다. 특히나 혹시 내가 이상한 건가, 하는 그 불안함까지.. 사실상 나는 교사는 아니었기 때문에 내가 사서라서, 이방인이라서 교사를 이상하게 느끼는 걸까? 그런 마음을 내심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현직 교사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책을 읽고, 고민하고, 다양한 집단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 끝에 결론을 내렸다.
도덕성, 인격, 사고가 이상한 사람이 다른 집단에 비해 교사 집단에 더 많이 분포한다고.

대단히 주관적이고 내가 속한 집단을 매도하거나 비하한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많은 몹시 위험한 주장임을 안다.

하지만 나는 경험을 토대로 결론을 내렸고, 합리적 의심을 시작했다.
이 은밀한 생각을 객관적으로 증명해내고 싶어졌다.


그리고 저자가 내린 결론에도 공감했다. 나 역시 꽤 많은 집단을 경험해봤음에도 불구하고 교사 집단 같은 분위기는 만나보지 못했다. 그래서 그것에 대한 나름의 이유를 고민하던 중이었고 그걸 정리하는데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후 저자는 수많은 사례를 통해 자신의 위험한 주장에 살을 붙여나갔으니까.


'왜 학교에는 이상한 교사가 많은가?'라는 문제의식을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교사의 직업 환경이 그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 가능성을 높이는가?'이다.


내가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도 바로 이것이었다. 교사의 직업 환경, 그들이 놓여 있는 환경 자체가 그들로 하여금 이상한 사람이 될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 특히나 초등학교 교사는 대체로 학생들의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는다. 초등학생들에게 교사의 존재는 그런 것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혼내서라도 그러게 만들면 된다. 그만큼 교실 구조는 폐쇄적이고 절대적으로 교사에게 유리하다.


그렇기 때문에 뭐든 자신이 옳고, 뭐든 자신의 뜻대로 해야 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가치관이 형성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고서야 다 큰 성인들이, 그것도 배울만큼 배운 사람들이 직장에서 왜 그렇게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지 납득할 수가 없으니까.


끝없는 분노에 지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다가
문득 이런 내가 이상한 인물이 아닐까,
상식을 모르는 건 혹여 내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 끝에 드는 생각이란 결국 이런 것이다.
더 이상 물러날 데가 없잖아?


읽는 내내 혼란 속에서도 꿋꿋하게 교사로서의 신념을 가진 채 살아가고 있는, 그리고 이러한 민감한 주제에 관해 용기 있게 책을 써준 저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여전히 학교가 돌아가는 것은, 이런 올바른 교사들이 남아있는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혹시나 학교에서 비슷한 혼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당신이 틀린 게 아니라고. 때론 다수가 틀릴 수도 있는 거라고. 부디 당신도 생각이 맞는 사람을 만나길 바란다. 그리고 그러지 못하고 있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때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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