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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별 Feb 09. 2021

1200만원 부수기③

0원 맞추기 놀이를 해보자

대망의 수서 마지막 이야기다. 사실 학교도서관에서 수서를 3차까지 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나는 의도적으로 금액을 일부 남겼고, 3차는 인터넷 서점을 통해 구매하려고 미리 계획했었다. 굉장히 귀찮은 일이지만, 나름대로 장점도 있었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했다.


학교 예산은 삭감을 방지하기 위해 보통 0원에 맞춰 사용한다. 그래서 대부분은 업체에게 예산에 맞춰달라고 하는 편이다. 하지만 책은 정가가 정해져 있어 다른 품목에 비해 0원 맞추기 쉽기도 하고, 일정 금액 이하의 도서 구매는 위원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여유 있게 살펴보다가 연말쯤 괜찮은 신간도서를 더 살 생각이었다.


생각은 그랬다는 얘기다. 정말이지 학교도서관은 무슨 계획대로 되는 게 없다. (왜 이렇게 화가 난 건지 자세히 알고 싶다면 전편인 1200만원 부수기②를 보시길..) 간단히 정리하자면 업체의 실수로 계획한 영화 DVD가 누락되었고, 계획서 제출, 홍보, 신청까지 끝난 상황이라 당장 3차 수서를 해야만 수습할 수 있었다.


사실 다른 영화로 대체할 수도 있었다. 애들은 그냥 영화 보는 행위를 하러 오는 게 커서 그만큼 재밌는 다른 영화를 보여줘도 만족했을 테니까. 근데 내가 오기가 생겨서 끝내 포기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분노로 반쯤 정신이 나가 있었던 것 같다.




인터넷 서점에서 정말 완전 신간도서를 살펴서 담았다. 물론 문제의 DVD는 그보다 먼저 장바구니에 담았다. 빠르게 스캔하며 괜찮은 책을 골라내서 넣다 보니 남은 예산이 거의 다 찼다. 20원으로 끝나는 도서를 찾느라 고생을 하고 여러 가지 조건으로 목록을 작성한 끝에 0원에 맞춰 3차 수서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 후엔 담당 선생님과 행정실에 독촉을 해서 최대한 빨리 구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다들 내 상황을 아는 상태라 정말 역대 최고로 빠른 속도로 구매와 배송이 이루어졌다. 박스를 뜯어 DVD를 손에 쥐었을 땐 약간 눈물이 날 뻔했다. 덕분에 행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무사히 진행할 수 있었다.


아직 중요한 작업이 남아있었다. 3차 수서는 업체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시스템에 책 정보를 등록하고 스티커를 붙이는 것도 내가 직접 해야 했다. 그래도 이 작업은 여유 있게 해도 되는 상황이라 다행이었다.


나중에 그 작업을 하면서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냥 업체에 맡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렵거나 귀찮은 것보다는 부담스러웠다. 3차 도서는 진짜 진짜 신간들이었는데 그중에는 전국에서 내가 처음으로 책 정보를 등록한 것도 있었다. 다행히 어렵진 않았지만 전공 공부를 할 때도 관련 과목에 자신이 없었어서 좀 더 부담을 느꼈다. (정말 내가 판단해도 되는 걸까 싶은..?)


어쨌든, 수서는 이렇게 세 번에 걸쳐, 마무리가 되었다. 정말이지 하는 내내 괴로웠던 업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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