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일하는 동안, 가장 만족스러웠던 행사를 고르라면 나는 주저없이 10월에 진행했던 이 행사를 고른다. 바로 세종대왕과 훈민정음 행사가 그것이다. 사실 면접 같은 자리에서 어필하기에는 약한데, 스스로는 가장 만족했다. 소소하면서도 의미있었고, 학생들도 즐겁게 참여해줘서 기억에 남을 만한 뿌듯함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연초에 운영 계획서를 작성하면서 가장 신경썼던 부분이 있었다. 그건 바로 달별 테마(ex.가정의 달, 호국보훈의 달 등)에 맞춰 행사를 기획하는 것이었다. 물론 10월은 문화의 달이지만, 그것보다는 한글날이라는 테마가 기획하기에도, 참여하기에도 직관적이고 교육적일 것 같아 선택했다.
먼저 대형 프린터로 세종대왕과 훈민정음 사진을 인쇄해서 칠판에 붙였다. 그리고 그 앞에 내가 찾은 세종대왕과 훈민정음, 한글에 관한 책을 전시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작은 종이를 주고 책을 읽고 세종대왕이나 한글에 관해 알게 된 사실을 한 가지씩 적어오게 했다. 다하면 내게 확인을 받고 작은 상품을 받은 후 칠판에 있는 사진 위에 종이를 붙였다. 중복은 안 되기 때문에 나중에 참여할수록 책을 더 열심히 읽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행사 못지 않게 정신없는 행사였지만, 애들이 책을 읽고 종이에 열심히 글을 적고 칠판에 그 종이를 붙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흐뭇했다. 상품이 정말 소소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책갈피, 연필 등) 열심히 참여했던 건, 도서관 행사에 참여하는 것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게다가 의외로 도장 행사와 더불어 고학년 학생들의 참여가 더 두드러졌던 행사였다. 정말 여러 가지 면에서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던 행사였다. 기본적으로 애들은 참여형 행사에 재미를 느꼈다. 그리고 나 역시 참여형 행사가 교육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2학기 신간도서가 들어오는 시기에 맞춰 다시 한 번 도장행사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역시나 문제점이 생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