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구별외계인 Oct 22. 2023

Intro. 샤워해 샤워 눈물샤워

“샤워하는 순간만은 제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게 해주세요”


나는 샤워를 매우 좋아한다. 따뜻한 물줄기가 피부를 감싸는 감각, 그리고 샤워 중에 머릿속에서 피어나는 창의적이고 엉뚱한 생각들 때문이다.


함께 사는 친구도 마찬가지이다. 바쁜 하루를 마치고 따스한 물 아래에서 일상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씻어내며, "샤워 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어…"로 시작되는 밤의 대화가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상이었다. 이 시간은 우리 안의 숨겨진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오고 가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샤워하는 순간만은 제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게 해주세요


눈물샤워: 자극 속에서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샤워타임은 이제 자유로운 생각들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이 아닌,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와 자극으로부터 귀를 막아버리고 싶은 시간으로 변해버렸다. 눈물샤워가 되어버린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공포는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되짚어보기 시작했다. 어떠한 요인들이 이렇게 만든 걸까?


바쁜 도시생활 속 수많은 자극과 정보, 방대한 메시지와 지속적인 요구 사항, 연결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압박… 이 모든 것들로 인해 나의 24시간은 결국 가득 차 버린 것이다.


샤워는 나의 마음을 돌보는 몇 안 되는 시간 중 하나였다. 일상의 방해 요소들로부터 벗어나 현재 순간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내면의 평온함을 찾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마저도 위협받고, 점차 나를 잃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이것은 그 어떤 위기보다도 심각한 것으로 느껴졌다. 나를 나답게 하는 것들이 사라진다면, 그 모든 정보와 지식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생각파업’을 선언하기로.


몸과 마음에 집중하는 그 귀중한 시간을 다시 찾기 위해, 나의 마음에 집중하고 생각이 이리저리 배회할 권리를 다시는 뺏기지 않기 위해서.


'생각파업'이라니, 듣기에 조금은 기발한 단어일지 모르지만, 아마도 우리 모두가 필요로 하는 행동일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생각파업을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파업

「1」 하던 일을 중지함.

「2」 노동 조건의 유지 및 개선을 위하여, 또는 어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한꺼번에 작업을 중지하는 일.

생각파업은 24시간 돌아가는 생각공장에 대한 파업 선언이다. 언젠가부터 나의 두뇌는 쉴 새 없이 돌아가기 시작했기에, 이 생각의 흐름을 잠시 멈추고자 한다.


파업의 본질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 역시 어떻게 변화하는지 경험하며 앞으로 나아가보려 한다.


앞으로의 글에서는 이 생각파업의 여정을 함께 나누어보려 한다. 그 여정에는 대중적인 방법부터 기상천외하고 엉뚱한 실험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포함될 예정이다.


그리고 이 파업은 혼자만의 일이 아님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함께하는 파업일수록 그 효과가 배가 되기 때문이다. 함께 생각파업에 참여해 볼 준비가 되었다면, 이번 여정에서 우리 모두 자신만의 사유와 여백을 찾아내길 바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