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 가장 이슈가 되었던 콘텐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오징어게임>일 것이다. 생소한 이름의 이 드라마가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가 보기에 하나의 성공요소는 ‘친근감’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전에도 ‘데스게임’류의 영화가 등장을 했지만 공포영화나 스릴러영화를 즐겨보는 일부 매니아만을 위한 영화였다. 그러나 <오징어게임>은 주인공으로 어수룩하지만 길고양이에게 생선도 주는 착한 마음을 가진 성기훈을 앞에 내세웠고, 게이머들이 참여하는 알록달록한 세트장이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게임들이 작품의 진입장벽을 낮췄다.
문제는 이 콘텐츠가 친근함이라는 외피를 썼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 작품을 성인만이 아닌 미성년자도 보고 즐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동네에서도 친구를 번호로 부르며 이 게임을 따라하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로 <오징어게임>은 아이들에게도 파급력이 크다. <오징어게임>이 19금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어린아이들이 따라하는 콘텐츠가 되도록 파급력이 강한 것일까?
그것은 ‘넷플릭스’라는 매체의 특성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대표적인 OTT 플랫폼인데, 여기서 OTT는 ‘Over the Top’의 약자이다. OTT는 한마디로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동영상 서비스를 말한다. 빠른 인터넷 속도로 뉴스, 드라마, 예능, 영화 등의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즐길 수 있는 서비스인데, TV, PC 그리고 스마트폰에 앱만 깔면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형편이다보니 <오징어게임>은 극장개봉하는 영화보다 더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앱이나 링크, 영상공유 플랫폼 등을 통해 아이들이 쉽게 콘텐츠에 노출되는 한 편, 각 가정에서도 한국배우가 등장하는 유명드라마를 본다는 식으로 쉽게 생각하고 시청을 하고 있다.
그래서 <오징어게임>은 OTT가 영향력도 있지만 그만큼 우려할 만한 요소도 많이 가지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넥플릭스는 공격적인 투자로 한국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으며 신규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조금 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영상을 만드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징어게임>도 기본적으로 살인게임이기 때문에 선혈이 낭자하며, 거의 같은 시기에 등장한 <마이네임>도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조직으로 들어간 주인공의 냉혹한 복수극을, 웹툰 원작의 <지옥: 헬바운드>의 경우에도 지옥의 사자들이 사망선고를 받은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내용이 나온다. <오징어게임>이 전세계 시청 1위를 달리기 전에는 <브리저튼>이라는 성적 수위가 높은 드라마가 1위를 지키고 있었다.
OTT는 재미있는 콘텐츠를 통해서 돈을 벌기 위해 온갖 자극적인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것을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매체이다. 넷플릭스가 처음 가입 시 1개월 무료 등을 내세우고 있는 이유는 중독성있는 콘텐츠를 무차별적으로 제공하여 그 재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하는 전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징어게임>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글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사들은 대부분 <오징어게임>이 전세계에서 시청 1위를 달성했다는 내용, 그리고 한국 전통놀이가 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달고나같은 과자가 날개돋친 듯 팔려나간다, 할로윈데이 때 오징어게임 복장이 등장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작품 자체가 자본주의의 폐해, 승자 독식주의에 대한 풍자를 그리고 있다고 하면서도 흥행에 성공하자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성공했으면 그만이라는 성공 중심주의를 더 가속화시키고 있다.
앞서 말한대로 OTT 서비스는 분명 자본주의의 총집합 같은 것이기 때문에 시청에 주의가 필요하며 그 소재가 아무리 어린시절 놀이 등 친근함을 가지고 있어도 그 내면에 있는 폭력성은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앞으로도 OTT를 통한 자극적인 콘텐츠가 계속 만들어질텐데 이런 트렌드는 막을 수가 없다. 영향을 받기 쉬운 내용이라면 우리 기성세대들은 분명히 시청을 제한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같이 시청을 하면서 건전한 비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