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없는 조직>이라는 책이 있다. 한 번도 안 읽어 보았지만 제목 자체는 너무 근사한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교육시간에서 알게 되었다. 강사님의 설명은 이런 것이었다.
'조직 내에서 성희롱 등 문제가 발생하면 쉬쉬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에 적극적으로 해결을 모색하고, 또 문제 제기를 하는데 있어서 거리낌이 없는 조직이 건강한 조직이다'.
나는 저 의견에 동의한다. 불이익을 받고 기분 나쁘게 직장을 다니고 있음에도 일언반구 못하고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괴로울 것인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고쳐야 하는 부분은 고치는 것이 좋다. 나중에 술자리에서 뒤끝 작렬하여 감정을 폭발시키지 말고.
물론 회사의 분위기가 그렇게 열린 분위기여야 겠지만 아직도 공공기관에는 엄격함이 있어 저렇게 자유롭게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부하가 된 입장에서 억울함을 감수하면서 계속 직장을 다니는 것도 문제다. 문제 제기를 통해 더 이상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개선하는 것도 좋은 조직이 되는 한 방법인 것 같다.
비단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어도 부하직원은 일에 있어서도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여느 직장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상사가 뭔가 새로운 것을 기대함에도 불구하고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이 그걸 하게된다는 생각도 아마 크게 작용했으리라.
문제는 기존의 관행에 대해서 상사가 의문을 제기하면 그건 원래 그렇게 진행되어 왔다는 식의, 또는 나도 이제 알았다는 식의 대처다. 그것은 자신이 일의 주인이 아니라는, 그 일에 대해서 꿰뚫고 있지 못하다는, 그 사사안에 대해 고민이 깊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내가 비교적 새로 부임했기 때문에 나의 시각은 아마 '신참자'의 시각이리라. 전혀 객관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는 당연히 그런 의문이 들 수도 있다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 의견이 틀렸다면 적극 자신의 의견을 옹호하고 주장하는데 두려움을 갖지 말라. 보통의 제대로된 상사라면 궁금증이 해소되면 사안을 쿨하게 넘어갈 것이다. 문제는 '난 모르겠으니 당신이 대안을 말해보시오'식의 접근이다.
다음은 상사된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부하직원에게 조언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져서는 안된다. 얼핏 생각하면 생사를 가릴 정도의 사안도 아니고, 이전에도 잘 굴러왔던 관행이면 그냥 놔두는 것이 편할 수도 있다. 얼굴 붉히고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이.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넘어가는 것이 답일까? 직장 선배라면 부하직원에게 쓴 소리도 주고 방향을 시정하고 더 나은 직원이 될 수 있도록 육성하는 책임이 있는 것 아닐까?.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님의 말들이 종종 회자된다. 근래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아시안컵 대회에서 한국이 우승하면 안 된다는 발언. 그의 지적은 기본적인 빌드업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우승의 기쁨에 도취되면 더 이상 한국 축구의 발전은 없다는 지적이었다. 결과론적으론 그의 말이 맞았다. 손웅정 님의 명언이 화제가 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개인과 자유를 중요시해서 일침이 사라진 시대가 되었기 때문은 아닐까?
직원이 나중에 뒷담화하면 어떻게 할까, 나를 싫어하면 어떻게 할까 걱정하지 말고 조직과 부하의 미래를 생각할 때 옳다고 생각하면 이야기하자. 그 부분에 있어서도,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부하나 상사나 상호 간에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틀리면 반박하고, 이해가 되면 수용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 그것이 건강한 조직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