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라이프 24일차
도쿄에서는 한 달에 두 번 오에도에서 앤티크 마켓이 열린다.
이곳은 도쿄에서 가장 큰 골동품과 벼룩시장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하지만, 들은 정보에 따르면 오후 2시쯤이면 대부분 철거를 시작해서 일찍 가야 제대로 구경할 수 있다고 했다. 평소 잠이 많은 나는 '주말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고? 절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릇쇼핑에 꽤나 욕심이 많은 나로서 꾸역꾸역 일어나 결국에는 잘 다녀왔다.
오전 9시 30분쯤 도착했을 때는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북적였다. 그래도 11시가 되니 더 많은 인파로 물건을 제대로 구경하기가 어려워서, 가능한 한 일찍 오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문객들은 20~30대보다는 연령대가 높은 분들이 많았고, 서양인의 비율이 높아 눈에 띄었다. 그리고 한국어도 종종 들려와 조금 반가운 기분도 들기도했다. 꽤 북적이긴 했지만, 모두가 물건이 깨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서로 에티켓을 잘 지키는 분위기였다.
물건들은 그릇, 액세서리, 잡화 등 다양하게 있었고, 일본 전통 스타일부터 우아한 서양 스타일까지 폭넓게 마련되어 있었다. 가격도 5,000원 정도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상품들이 있었지만, 만지기조차 조심스러운 높은 가격대의 물건들도 꽤 많았다. 나는 구매하지 않았지만, 유카타를 만 원 정도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도 있어서, 흥미 있는 사람들은 한 번쯤 와서 구경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년 전 교토 출장 때 묵었던 숙소에서, 컬러풀한 일본식 그릇에 담긴 조식을 받으며 행복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래서 이번 마켓에서 예쁜 일본 접시나 일본식 계란찜을 만들 수 있는 찜 그릇을 꼭 구매하고 싶었다. 하지만 계란찜용 그릇이 많지 않아, 대신 귀여운 일러스트가 그려진 그릇 하나를 구매했다.
물건을 구매할 때 여러 번 결심하고 고민하는 편이라, 땀을 흘리며 돌아다니니 몇몇 분께서 “천천히 구경해도 된다”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야기해 달라”는 따뜻한 말씀을 해주셨다. 그 말씀이 정말 고마웠다.
이번에 마켓에서 일본 그릇을 많이 만져보고 구경하다 보니, 한국 그릇보다 얇다는 느낌이 들었다. 얇은 이유가 가공비를 줄이기 위함인지, 아니면 일본의 가벼운 나무 젓가락에 맞춰 가볍고 얇게 만드는 건지 등 다양한 생각이 떠올랐다. 나중에 일본 식기류의 특징들을 더 공부하고 기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반반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좋아하는 이유는, 물건이든 사상이든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오랜 시간 가치를 간직하며 남아 있다는 것이 매우 소중하며, 계속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내 성격도 그랬다. 한번 좋아한다고 생각한 것은 오래 보존하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현재 한국 집에서 사용하는 가구들도 중학교 때 부모님께서 사주신 것이고, 가방이나 액세서리도 대학생 때 친구들이 선물해 준 것들뿐이다. 나를 생각해서 준비해준 선물들을 소중히 여기며, 가능하면 오랫동안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
반대로 싫어하는 이유는, 보존하는 이유가 진정한 가치가 아니라 단지 미련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부터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 미련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는 법을 배웠다. 물건이든 생각이든 미련 때문에 버리지 못한 채 구석에 방치해 두면, 새로움을 맞이하지 못하는 쓸쓸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가치를 간직한 골동품을 존경한다. 그 속에 담긴 가치를 보존하고자 하는 마음이 깊어서, 비싸더라도 그런 골동품이라면 기꺼이 구매하고 싶다. 나 역시 그러한 자세와 가치관을 배우며, 언젠가는 나만의 가치있는 골동품을 만들고 유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