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간택일지 2>
꿀밤이가 우리 집에 온 지 한 달이 넘었을 무렵이었다.
계속 마음속에 두고 있던 일이 있었는데, 바로 중성화 수술이다.
중성화 수술은 생후 6개월 이후부터 가능하다고 하여, 꿀밤이가 집에 잘 적응하면 생후 1년이 되기 전쯤 수술을 시켜주고 싶었다. 아무래도 어릴수록 회복력이 빠르니,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해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계속 타이밍을 보던 중, 봄이 오기 전쯤 남편과 논의한 끝에 수술을 결정하게 되었다.
꿀복이는 동네 주민들이 TNR(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통해 중성화 수술을 했기 때문에 귀 커팅이 되어 있다. 하지만 꿀밤이는 보호자가 있는 고양이라 귀는 자르지 않게 되어 다행이었다.
몰랐는데, 고양이도 동물등록용 인식칩을 넣을 수 있다고 한다.
꿀밤이 역시 화성시에 등록되어 있어, 혹시 유기되어도 병원에서 조회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수술과 함께 인식칩도 넣었다.
얇디얇은 다리에 링거 바늘이 꽂혀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빨리 수술이 무사히 끝나기만을 바랐다.
수술을 마치고 남편이 꿀밤이를 데려왔는데, 목에는 넥카라가 씌워져 있었다.
회복 방법을 검색해 보니, 수술 직후에는 물과 간식 외에는 아무것도 주지 말라고 했다.
따라서 별다른 보양식은 준비하지 않았다.
또한 동거묘가 있다면 반드시 분리하라는 말도 있었다.
다른 고양이가 수술 부위를 그루밍할 수 있고, 꿀밤이 역시 수술 직후라 예민해져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수의사 선생님은 2가지를 권장했다.
높은 곳에 오르지 않게 조심시킬 것
화장실 모래는 두부 모래로 바꿔줄 것
처음에는 굳이 모래까지 바꿔야 하나 싶어 그냥 뒀는데, 그날 밤 정말 후회했다.
꿀밤이가 혼자 안정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서재 방에 화장실과 물, 사료 그릇을 따로 마련해 주고
평소 좋아하던 동그란 방석도 깔아주었다.
수술 직후 꿀밤이의 상태를 지켜보았는데, 외견상 이상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꿀밤이는 혼자 격리되는 게 싫었는지 방 안에 혼자 두자 울고불고 벽을 긁으며 불안 증세를 보였다.
목청이 터져라 울었고, 그 소리에 꿀복이도 문 밖에서 울기 시작했다.
문 사이로 두 마리가 서로를 그리워하며 멜로드라마 한 편이 펼쳐졌다.
꿀밤이가 목 놓아 울자, 내가 방에 들어갔고 나를 보자마자 꿀밤이는 골골거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진정이 되는 듯했다.
계속 함께 있어 줄 수는 없었기에, 밥을 잘 먹는지만 확인하고 다시 나왔다.
잠시 외출 후 돌아와 방에 들어가자마자 깜짝 놀랐다. 방석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던 것.
병원에 전화해 보니 수술 부위에서 출혈이 있을 수 있다고 했고,
지속되면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 다행히 1차 출혈 이후 피딱지가 생기며 더 이상 피는 나지 않았다.
넥카라가 너무 헐렁한 것 같아 다시 조여주었다. 그 순간 꿀밤이 두상이 작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
밥그릇을 보니 아무것도 먹지 않은 것 같아 손으로 사료를 가져다주자,
그제야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
넥카라 때문에 각도가 안 맞아 먹기 힘들었던 것 같아,
높이가 높은 그릇 세트로 교체해 주었고 다시 잘 먹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꿀밤이가 화장실로 향했는데, 그때 깨달았다. 왜 두부 모래를 써야 했는지.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배변 후 모래를 파고, 냄새가 나는지 직접 확인하려 고개를 돌리곤 한다.
꿀밤이는 넥카라를 찬 채로 이 행동을 했고, 넥카라 주위에 변과 모래가 덕지덕지 묻으며
얼굴까지 똥칠을 한 꼴이 되었다. 냄새도 역했다.
거기에 수술 부위 출혈까지 섞여 있었기 때문에 처치가 더 곤란했다.
결론: 중성화 수술 후 두부 모래는 정답이다.
넥카라를 계속 청결하게 닦아주고, 화장실 주변도 청소하며 방석도 교체해 줬다.
하지만 24시간 밀착 케어는 불가능했기에 답답했다.
그날 새벽도 전쟁이었다. 꿀밤이는 새벽 내내 울었고, 꿀복이도 문 밖에서 울며 하울링을 시작했다.
남편은 일찍 자야 했는데 두 고양이 모두 진정되지 않아 괴로워했다.
몇 시간에 한 번씩 들여다보다 결국 꿀밤이 옆에서 함께 잠이 들었다.
이틀간 방에 격리된 꿀밤이가 더는 출혈이 없어 보이자,
하루 2번, 30분씩 거실 활동을 허용했다.
그 대신 꿀복이는 그 시간 동안 안방으로 분리했다.
그런데 꿀밤이는 거실에 나오자마자 우다다다다!
캣타워로 뛰어올라가길래 깜짝 놀라 “꿀밤아~ 안 돼!” 하고 소리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날아올랐고,
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꿀밤 이를 잡아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주었다.
3일째라 해도 붓기가 남아 있었기에 안심할 수 없었다.
낮에는 어느 정도 케어가 가능했지만, 문제는 모두가 자야 하는 밤과 새벽이었다.
꿀밤이는 여전히 괴로워했고, 꿀복이도 밤마다 문 앞에서 울고 문을 긁었다.
게다가 꿀밤이는 사료도 손으로 직접 줘야만 먹었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4일째 밤, 꿀밤이의 거처를 안방으로 옮겼다.
화장실만 제외하고, 사료 그릇과 물그릇만 가져갔다.
침대에 올라가는 걸 확인하고 문을 닫았는데, 그날 밤 꿀밤이는 울지 않았다.
한 시간 후, 내가 안방 문을 열고 확인하니 침대 위에서 팔다리를 쭉 뻗고, 배를 까고 숙면 중이었다.
꿀밤이는 침대 취향이었나 보다. 딱딱한 바닥에서 며칠을 버티느라 고생했던 것 같다.
4일째가 되어 아픔이 조금 가신 건지, 안방 환경이 쾌적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옆에 없어도 잘 자고, 사료도 스스로 잘 챙겨 먹었다.
안방에 화장실이 없기에, 하루 두 번 거실에 나올 수 있도록 하여 그때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했다.
그리고 6일째, 드디어 꿀밤이와 꿀복이를 마주하게 해주었다.
꿀복이는 무척 반가워했고, 꿀밤이도 형아가 보고 싶었는지 애정 표현을 시도했다.
하지만 꿀복이의 ‘똥꼬 그루밍’ 본능이 발동하자 제지하며 거리 두기를 시켰다.
7일째, 드디어 넥카라를 벗는 날이 왔다.
꿀밤이를 괴롭히던 넥카라를 조심스럽게 벗겨 주었고, 고환 부위의 붓기도 빠져 있었기에
소독약으로 살짝 닦아주며 마무리해 주었다.
넥카라를 벗자마자 꿀밤이는 그간 가려웠던 곳을 모조리 그루밍하기 시작했다.
털을 정리하던 꿀밤이 곁에 꿀복이도 다가와 서로의 털을 핥아주며 몸을 정돈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주일간 고생한 둘을 위해,
참치캔을 하나 따서 참치 파티를 열어주었다.
비록 빈 땅콩이지만, 무탈하게 건강하게 자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