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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Ctrl+C & Ctrl+V

<달콤한 간택일지 2>

by 노란까치

카피캣이라는 말이 있다.


복제고양이를 뜻하는 Cloned Cat와 Copy Cat의 앞글자가 같다는 것에 착안해서 CC라는 약칭으로 불린다.


어미 고양이의 사냥하는 모습을 비롯하여 행동 등을 유심히 관찰해서 그것을 흉내 내어 따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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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점점 사냥 기술도 익히고 생존 방법 등도 터득하기도 한다.


이러한 고양이의 습성을 비롯해서 ‘복사(Copy)’와 ‘고양이(Cat)’라는 단어를 더해 '카피캣(Copycat)'이라는 용어가 생겨났다고 한다.


꿀복이와 꿀밤이를 같이 엮는 별명이 있다.

꿀복이가 'Ctrl+C'라면 꿀밤이는 'Ctrl+V'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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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 무늬들이 너무 유사하고 둘 다 치즈테비라는 같은 종이라 그런지 행동 패턴이 너무 똑같은 부분이 있다.


그루밍하는 자세도 똑같아서 꿀밤이가 많이 성장한 뒤로는 언뜻 봐선 두 고양이의 구분점을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 꿀형제가 둘 다 귀여운 것도 똑같이 복붙하고 있어서 너무 사랑스러운데, 말썽을 피우는 것도 똑같이 복붙 하고 있다.


우리 집은 식탁은 식사할 때 빼곤 평소에 먹을 것을 올려 두진 않는다. 꿀형제는 사람 먹는 음식에 관심이 많아서 생고기든 빵이든 뜯어먹을 수 있는 것은 다 먹으려고 한다. 달려들 땐 고양이가 아니라 하이에나처럼 달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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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내가 몸이 안 좋아서 친정엄마가 잠깐 우리 집에 이틀간 오신 적이 있었다.
엄마는 이것저것 과일과 빵 등을 사 가지고 오셨다. 빵은 식탁 위에 올려두고 다른 식품들은 냉장고 안으로 넣어주셨다.


그날 새벽, 엄마가 일찍 일어나셨는데 밤 사이 식빵이 뜯어져 있는 걸 보고 내가 배고파서 먹었다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근데 자세히 보니 빵을 뜯어서 밀봉을 해준 게 아니라 비닐과 함께 일부가 뜯겨 나간 것을 보고 고양이들의 소행이라고 확신하셨다고 한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두 녀석이 똑같이 달려들어 식빵을 나눠 먹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꿀복이는 거침없이 돌진하는 모습이 있고, 꿀밤이는 빠르게 들고 튀는 걸 잘하기 때문에 환상의 식빵 절도냥이들이다.


이런 건 안 닮아도 되는데, 꿀형제가 약탈하는 과정이 너무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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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사람의 말을 잘 듣게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냥 말을 안 듣는 애들이다. 안 듣는다기보다 무시에 가까운 것 같다.

내 말을 분명 알아듣는 것 같긴 한데, 크게 요동하는 바는 없고, 내 속을 다 긁어놓고도 죄책감은 없기에 늘 평온하다.


다만 눈치라는 건 보긴 하는데, 그럴 때는 안 그런 척, 못 들은 척 연기하는 게 정말 요물이 따로 없다.

두 녀석은 다른 듯 같은 모습을 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어떤 걸 집중할 때 많이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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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고양이들은 창가에서 사색하는 것을 즐긴다. 바깥소리도 들리고, 움직이는 새 그리고 자동차 등을 관찰하면서 밖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한다. 꿀형제가 어느 날 흥분하면서 거실 창문 앞 스트레처 위에서 박박 긁으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았다.


밖에 뭐 재미있는 게 있나 나도 같이 좀 보자 하고 창문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까마귀 떼가 떼로 우리 집 앞을 점령하고 앉아 있던 것이다. 살면서 그렇게 새를 보고 무섭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너무 놀랐다. 까마귀 부대가 진을 치고 도열하고 있는 것 같았다.




두 녀석은 새를 보고 너무 흥분해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중 꿀밤이는 "쩩쪡" 거리면서 캡터링 소리를 내는데,

꿀복이한테선 들어보지 못한 소리였다.

챕터링 소리를 내는 건 꿀밤이가 유일한데, 이 녀석은 이런 걸 어디서 배웠을지 신기했다.


본능적으로 내는 소리 같은데 챕터링을 열심히 하는 걸 보면 확실히 꿀복이보다는 사냥감에 대한 집중도나 승부욕이 강한 성향이 있다.

그리고 내가 가장 귀엽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고양이 뒷모습, 바로 냥통수인데,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마 다 알 수도 있다.

고양이들의 냥통수가 진짜 귀여운데 너무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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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멍 때리고 어딘가 주시하고 있다가 "꿀밤아~ 꿀복아~"

이름 등을 부르면 둘이 동시에 쳐다볼 때 표정이 똑같다.

이건 어떻게 하라고 해도 못 하는 행동들이라 쌍둥이처럼 움직이는데, 그 모습에 피로가 싹 풀린다.

나는 MBTI가 ENTJ로, 에너지가 그래도 낮은 편의 사람은 아니지만, 확실히 낯선 환경에 와서 적응하면서 몇 년간 지내다 보니 거의 집순이가 되어버렸고, E에서 I 성향으로 바뀐 것만 같았다.


고양이들도 말 많은 고양이들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사람으로 따지면 I 성향의 사람 같은 성격인데,

나도 카피캣이 된 것처럼 고양이들의 성향을 닮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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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꿀복이와 셀프 사진을 찍어 두면 주변에서 꿀복이랑 닮았다는 얘길 하도 많이 들었다.
성향뿐 아니라, 사랑하니까 얼굴도 닮아가는 건가 보다.


사람과 동물이 교감한다는 것,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 너무 위대한 일인 것 같다.
하루하루 나에게 위안을 주며 영감을 주는 위대한 뮤즈, 내 고양이들!


내 삶의 루틴속 두 고양이가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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