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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나는야! 꿀흥민!

<달콤한 간택일지 2>

by 노란까치

대한민국의 월클! 손흥민 선수의 현란한 드리블을 보고 있자면 과연 경이롭지 않을 수가 없다.
빠른 스피드, 정확한 슈팅, 독특한 플레이를 보면 저런 선수가 또 얼마 만에 나올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

축구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인이 봐도 그의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대한민국 선수라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기도 하다.

나도 자랑할 만한 현란한 드리블을 하는 고양이를 알고 있어서 자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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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귀신에 이어, 꿀흥민이 살고 있다.


나름 매일 사냥놀이를 해주려고 하는데, 꿀밤이는 사냥 목표물을 너무 빠르게 잡고 스피드가 빨라서 머리를 써가면서 놀아줘야 한다.

마냥 흔들어서도 안 되고, 천천히 흔들다가 아주 빠르게 꿀밤이 가 채갈 수 없을 정도로 밀땅을 적절하게 잘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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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혼미하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구미가 당겨 사냥 목표물에 승부사 기질이 불타오른다.

나도 이제는 사냥놀이에 거의 마스터가 된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두 녀석이 흥분하며 집중하면서 즐겁게 노는지 준 전문가가 되어버렸다.


꿀복이는 예열이 필요하다.
사냥 전에 항상 잠복을 즐겨하는 편이고, 멀리서부터 예열 시간이 많이 필요한 친구라 목표물이 생겼을 땐 항상 머리를 숨겨 잠복을 시전하고 사냥놀이에 임한다.

그런데 반대로 꿀밤이는 예열 시간은 짧으며, 상당히 집중력이 좋고 동체시력이 좋다.
움직임에 민감하고 영민해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경향이 있다.

꿀밤이 가 아직 체력이 좋고 영리함이 있다 보니 항상 놀이를 신경 써서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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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피곤하고 힘들 때가 많아서 확실히 매번 그렇게 에너지틱하게 놀아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꿀밤이 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여기저기 잘 숨겨두는데, 꿀밤이는 장난감을 찾는 데 선수다.
물 찾기 하듯 장난감을 잘 찾아서 가지고 논다.

다들 자는 시간에 새벽에 혼자 나와서 곳곳에 숨겨진 장난감을 물어와 자신만의 장소에 숨겨두기도 하고, 거실에서 모아놓고 사냥감을 전시하기도 한다.

방울 소리를 가장 좋아해서 소리 나는 장난감을 좋아하고, 가짜 쥐 인형도 좋아하고, 파스락 소리가 나는 인형도 좋아한다.


꿀밤이 장난감 존이 따로 있는데, 서랍장에 다 숨겨두긴 하지만 꿀밤이는 서랍장도 열어서 꺼내 놀기 때문에 항상 외출하고 돌아오면 집안이 도둑이 든 것처럼 어질러져 있다.

이름 따라간다고, 어떻게 보면 '꾀도 꿀밤'이기 때문에 약탈놀이를 신나게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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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밤이에게 '꿀흥민'이란 별명이 붙은 건 중성화 수술을 하고 얼마 안 돼서인 것 같다.
주일 지나고 미친 듯이 뛰어노는 걸 보고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걱정을 했었다.

하루는 지인이 사다 준 도토리 모양에 털실로 만든 장난감이 있었는데, 그걸 하루 종일 가지고 노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한 번 꿀밤이가 가지고 놀면 도토리 장난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엄지손톱보다 약간 큰 사이즈에다가 동그랗기 때문에 어디론가 굴러가면 찾기가 쉽지 않았다.

최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하다 보니 도토리 장난감에 작은 소리 나는 방울을 하나 달아주었다.

그랬더니 꿀밤이가 소리까지 나니 흥분도가 더 상승해서 전투적으로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와 남편은 밤새 고통에 시달렸다.

작은 방울을 하나 달아준 덕에 새벽마다 방울 소리가 딸랑거렸고, 꿀밤이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신나게 한 경기 뛰고 나면 물 분수대로 달려가 몇 분 동안 끊임없이 물을 마셨고, 다시 목을 축이고 나면 마저 남은 후반전을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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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남편은 일어나 꿀밤이가 도토리 인형을 가지고 노는 걸 보고는, 그날 저녁 나에게 말했다.


"여보, 꿀밤이 축구선수 되려나 봐! 드리블이 아주 현란해."


그렇게 말을 하고는 꿀밤이를 보고


"꿀흥민아~"


하면서 꾀도 꿀밤에서 별명이 더 늘어갔다.

왼발과 오른발을 번갈아가면서 냥발로 현란한 드리블을 펼쳤고, 소극적인 플레이어가 아닌 거실, 주방, 안방, 옷방을 다 활용하는 올라운드 기술을 섭렵했다.

꿀밤이의 드리블 실력은 더욱 성장 중이었고, 대상이 도토리 장난감에만 그치지 않았다.
굴러가는 것이라면 모든 것이 그 녀석의 대상이 되었다.


하루는 부탄가스를 버너를 사용하고 나서 뚜껑이 어디론가 굴러갔는데,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몇 시간 뒤, 꿀밤이가 빨간 뚜껑을 어디론가 숨겨놓고 옷방에서 공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화장대에 있는 화장품 뚜껑, 면봉, 볼펜 등 굴러가는 모든 것에 반응하였고,

책상 위에 올려둔 작은 소품은 다 손으로 밀어내서 떨어뜨린 뒤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언제인가 정월대보름에 땅콩을 회사에서 조금 받아왔는데, 그 땅콩을 모두 까서 작은 락앤락 통에 담아뒀었다.
식탁 위에 올려두고 잠을 잤는데,

"우탕탕탕" 뭔가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드르럭~ 드르럭" 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렸다.


꿀밤이가 구석에서 뭔가 사고를 치고 있는 듯해서 달려가 보니, 락앤락 통을 떨어뜨려서 통을 툭툭 굴리며 이리저리 가지고 노는 것 같았다.

땅콩이 치명적이라 놀라긴 했지만, 먹으려는 것보다 이리저리 굴러가는 소리에 흥미가 유발돼 좋아했던 것 같다.

땅콩통을 치우고 장난감 하나를 꺼내주었다. 그러더니 재미없는지 다른 곳으로 향하는 꿀밤이였다.

안방에서 책을 보고 있는데 이상한 소리가 나서 옷방으로 달려가 보니, 구석에서 뭔가 꿀밤이가 집요하게 가지고 노는 게 보였다.

작은 플라스틱이었는데, 자동차 용품 중에 내가 조립하고 남은 여분의 작은 스틱이 있었다. 그걸 주워서 갖고 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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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지켜보니 꿀밤이는 입에 플라스틱을 물고 '후~' 하고 뱉은 다음 드리블을 했고,
다시 입에 물고 '후~' 하고 뱉고 드리블을 반복하고 있었다.


자기가 직접 셀프로 볼을 던지고, 던진 볼로 드리블하고,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었다.
연습량을 보자면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국대 갔을 것 같았다.

하루 종일 드리블 놀이를 하다가 이제는 셀프로 패스도 하고 개인기가 늘어가는 게 눈에 보였다.


한편으로는 내가 이 에너지를 어떻게 감당해줘야 하나 하는 고민도 들기도 했다.
고양이들도 월드컵이 있다면 우리 꿀밤이는 엄청난 공격수로 확약했을 것 같다는 망상을 잠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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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월클 스타! 꿀흥민~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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