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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틸다 하나씨 Aug 22. 2024

벌꿀밀랍과 쪽빛 패브릭

Handwoven직물의 매력


하늘빛 바다 빛에서 튀어나온
쪽빛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는걸
벌꿀 밀랍으로 그렸다니요



제가 사실 고전적이고 예쁜 것 중에 안 좋아하는 것도 있을까요?

손으로 짠 Handwoven직물이라면 좀 더 특별하죠.


오래전 친환경 제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벌꿀 밀랍 랩을 보며 밀랍의 쓰임새에 감탄을 한 적이 있었는데 베트남 소수민족의 세계에서 이 밀랍을 소재삼아패브릭에 디자인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밀랍(蜜蠟, beeswax)은 일벌의 배 아래쪽에서 분비하는 노란색 천연 왁스입니다. 일벌은 이것으로 꿀을 모으고, 알을 낳아두며, 벌집을 만듭니다. 그리고 사람은 이 밀랍을 녹여서 다양한 색소와 혼합한 뒤,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하는 데 사용하지요. 일벌에게는 미안한 일입니다.


벌꿀 밀랍 그림 기법은 그리스와 이집트 고대문명부터 전해져 왔으며, 에나멜 회화(Encaustic painting)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기법의 특장점은 2000년이 넘도록 색을 유지한다는 것이죠. 색을 더한 고체 안료를 가열하여 작품을 만드는 이 기법을 선호하는 작가들이 동서양을 아우르며 많이 있습니다. 그들은 뜨거운 불에 안료를 녹이고 나무나 캔버스 같은 단단한 표면에 녹은 밀랍을 조각 도구로 으깨 바르며 작업합니다. 데워진 왁스를 문질러 표현을 더해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으면 마치 쿠킹하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하는 유니크한 방법입니다. 이 기법을 사용하면 그림의 표면에 입체감과 질감도 더해 줄 수 있으며, 유화와는 또 느낌 다른 매력적인 따뜻한 색감과 은은한 광택을 표현해 낼 수 있습니다.


 

54개의 부족으로 이루어진 베트남의 소수부족들은 각기 그들의 패션 디자인으로 부족의 정체성을 표현합니다. 따이(Tày)족은 물결무늬나 잎사귀 패턴을 주로 사용하고 자오(Dao)족은 복잡한 자수와 독특한 색상 조합으로 에데(Ede)족은 간결하지만 다양한 두께의 줄이 반복되는 패턴으로 모던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그중에서도 무캉차이(Mù Căng Chải)에 사는 몽족(Mong)에게서는 현대적 감성의 마름모 문양이라던가 기하학 문양을 많이 보게 됩니다. 베트남 고유의 미적 가치와 현대성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기에 다른 부족의 의상보다 더 묘하게 끌리는 매력이 있답니다. 베트남 패브릭 디자인은 중국, 인도, 프랑스 등 다양한 문화적 영향을 받아 발전해 왔기에 이에 따라 용, 연꽃, 나비 등의 전통적인 문양과 색채, 현대적인 스타일이 공존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밀랍을 녹이는 과정


80도 정도의 온도에서 밀랍을 데워 녹인 후 온도를 유지하며 그림을 그리는 데 사용합니다. 주로 사용하는 아마포천은 매끄럽고 평평한 돌을 데워 빳빳하게 다려야 합니다. 그래야만 밀랍왁스가 고르게 스며들고 아름답게 표현되며,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번지지 않게 되기 때문이죠. 벌집으로 그림을 그리는 몽족 여인들의 전통 손기술에서 돋보이는 섬세함, 정밀함을 바라보고 있으면 분명 손이 움직이는데 기계가 만들어 내는 결과물이 나오고 있어 ‘우와~’ 소리가 저절로 나옵니다.


전통적인 밀랍 브러시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패턴 몰드를 만들어 시간을 절약하는 지혜를 발휘하기도 합니다.




황토색 밀랍 그림을 얹고 나서 천을 쪽빛으로 물들입니다. 담갔다 건지기를 반복하며 색을 입히고 태양에 건조한 후 다 마른 천은 끓는 물에 담가 끓입니다. 뜨거운 물에 녹은 밀랍 그림이 하얀빛으로 변하게 되는 놀라운 방법이죠. 밀랍 그림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으면 염색 후 못생긴 모양이 나오기 때문에 장인의 실력이 여기에서 빛나는 것이랍니다.


쪽빛으로 물들이는 것을 인디고 염색이라 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적인 염색 기법입니다. 자연에서 얻은 인디고 식물의 염료를 사용하여 직물에 짙은 파란색을 입히는 방법입니다. 인디고는 여러 식물에서 추출할 수 있지만,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식물은 인디고페라 틴토리아(Indigofera tinctoria)입니다.

Indigofera tinctoria ⓒ alirezahbn

꼭 아카시아 잎처럼 생긴 인디고 식물의 잎을 수확하여 물에 담가 발효시켜 염료를 추출합니다. 3일 정도 물을 부은 항아리에 잎사귀를 담가두면 청록빛 물로 변합니다. 이 푸른 물속에 석회가루를 넣어서 굳혀 만든 후에 고체 안료로 사용하기도 한답니다.

직물을 염료액에 담갔다가 꺼내서 공기 중에서 산화시키면 직물이 점차적으로 파란색으로 변합니다. 원하는 농도의 파란색을 얻기 위해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반복하며 푸른빛의 농도를 조절하게 됩니다. 그리고 직물을 바람결에 건조하고 나면 눈부신 쪽빛이 빛나는 천연 염색 직물이 탄생한답니다.


청출어람 청어람(靑出於藍 靑於藍 푸른빛은 쪽에서 나오지만 쪽보다 더 푸르다)이라는 그 유명한 한자성어가 바로 이 쪽에서 나온 말이지요. 인디고 염색 직물은 마치 가죽의 손때가 만들어 내는 멋스러움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특유의 빈티지함이 덧대어집니다. 자연에서 오는 이 깊은 색감에 스르르 빠져들 수밖에 없게 됩니다.


몽족사람들은 천에 그림만 그리는 것이 아닙니다. 면, 견, 마 등의 천연 소재를 사용하여 전통 패브릭부터 만들어 낸답니다.

그리고 하늘색부터 검정에 가까운 짙은 남색까지 쪽빛으로 물들이지요.


photography ⓒ Rehanh official

보랏빛 푸른빛 청록빛으로 물이 든 소수부족 마을의 할머니들의 손은 이렇게나 멋집니다


“Lớn lên em theo mẹ tập thêu, theo chị nhuộm chàm, in hoa trên váy mới…”

("어려서부터 어머니를 따라 자수 연습을 했고, 여동생을 따라 쪽빛 염색과 새 드레스에 꽃무늬를 새겼습니다...")라는 노래가 천에 색을 입히는 동안 마을 곳곳에 울려 퍼집니다.

힘든 염색과 자수의 수공예를 젊은 세대로 잇기 힘든 것을 어머니들은 이미 알고 계셨던 거죠.

어릴 때부터 이런 노래를 가르치며 가업이 이어져 나가기를 바랐습니다. 부디 할머니들의 가업을 이어 줄 많은 여인들이 끊이지 않기를 소망해 봅니다.




쪽빛으로 물든 직물 위에 벌꿀 밀랍이 문양으로 새겨지고 때로는 그 위에 자수를 덧댑니다. 매력적인 이국의 패턴들은 다양한 의미를 담고 손짓합니다. 차마 지나칠 수가 없게 말이죠.





베트남의 의복이나 이불, 베갯잇, 스카프등은 주로 리넨, 모시, 코튼, 누에고치 실크 등 천연소재로 자수를 수놓거나 손으로 직접 짜서 만든 직물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공예 제품을 모두 아울러 베트남어로 '토껌'(thổ cẩm)이라고 부릅니다. 베트남의 모든 토껌은 여성의 손끝으로부터 발전하게 됩니다.


vietnam.vnanet.vn


목화 재배부터 실 세공 및 자수, 염색까지 베틀로 능숙하게 직조하는 모든 단계는 부족 여성의 노련함에 의해 창조되지요. 소박하지만 매우 아름다운 가지각색 직물에는 전통적인 가치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담깁니다.



손으로 목화솜을 뜯어내어 물레로 실을 뽑아내는 모습도 나무 직조기가 돌아가는 모습도 꽤 멋스럽습니다.

이래서 제가 Handwoven 패브릭을 너무 좋아한단 말이죠.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생필품을 창조하는 그녀들.


소수부족 산골 디자이너들의 솜씨가
너무 훌륭해요.









https://vietnam.vnanet.vn/vietnamese/long-form/doc-dao-quotsap-ong-sac-chamquot-355864.html

https://vietnam.vnanet.vn/vietnamese/

https://www.vietnam.vn/lang-det-lanh-lung-tam/

https://www.vietnam.vn/nghe-thuat-in-sap-ong-tren-vai-cua-nguoi-mong-mu-cang-ch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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