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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틸다 하나씨 Aug 08. 2024

전쟁과 어머니

눈물 맺힌 주먹밥

전쟁 = 무거움


전쟁하면,

그에 담긴 모든 것의 ‘무거움’이 먼저 떠오릅니다.


병사들의 어깨에 매인 군장과 총의 무게

군장의 무게에 비할 수 없는

내면에 매인 두려움과 죄책감의 무게

평생에 남는 비극과 트라우마의 무게


흙바닥에 눌린 탱크 자국의 무게

미사일과 포탄의 무게

전투의 소음 속에서 하늘이 어두워지고

바람이 차가워질 때마다

평화로웠던 일상이 사무쳐오는 그리움의 무게


생이별에 담긴 헤어짐의 무게

눈물로 적셔진 어머니 베개의 무게

어머니의 마음을 짓누르는 행복했던 추억의 무게

아들의 안전을 기도하는 어머니의 간절한 소원의 무게
 

바위 같은 '무게' 덩이가 쌓이고 쌓여

끝내는 평생 석산(石山)이 되어 짓누르는

전쟁...


이제

더 이상,

그 무게 따위 내던진 깃털 같은 세상 되기를...


 



[Bài ca người lính],1984 ,oil painting, 97cm*130cm


전쟁 그리고 예술
민족의 전쟁사 속에서 예술은
애잔하게 맞닿아 있었습니다


색상의 언어로 상징된 이미지들은

용감하게 조국을 위해 최전선에 선 군인을

가장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입니다.

애틋한 이별을 더욱 애잔하게 하고

또 가장 따듯하게 위로하며

엄숙한 애국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요.




Nguyễn Thành Trung(응우옌 타잉 쯩)의

[Bài ca người lính] (군인의 노래)입니다.


어린 아들을 품에 안고 모유를 먹이던 앳된 어머니와 총을 메고 전쟁터로 나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애잔하게 바라보는 노모가 한 캔버스 안에 들어 있습니다.

형광처럼 빛나게 표현된 젊은 어머니의 정결한 흰 옷은 그림에 입체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아들의 아우라를 타고 펼쳐지는 옥색 산맥은 베트남의 강한 이미지를 상징하는 듯합니다. 초목과 꽃과 열매들이 우거진 초록 산맥처럼도 보이고 생명력 있는 은색 물고기가 파닥이며 헤엄치는 바닷속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위엄 있는 웅장한 산맥인 듯

살아있는 바다인 듯


강인한 생명력과 평안과 열매와 안녕을 기원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모두 담아낸 그림입니다.


복합적인 감동을담은 응우옌 타잉 쯩의 예술 언어는 신비한 동양 미술을 이야기합니다.


부드러운 듯 희미한 듯 애잔한 듯 다가오는 초현실 세계의 '모자지정(母子之情)'을 애틋하게 느끼게 하는 작품이네요.






[Nắm đất miền Nam], 1955, Bronze, 118cm*71cm*49cm


Phạm Xuân Thi (펌 쑤언 티)의

[Nắm đất miền Nam] (남쪽 땅을 지켜내라)라는 청동상입니다.


총과 탱크의 위력은

가족의 사랑 앞에서 아무것도 아닌 게 됩니다.

아버지의 바짓가랑이에 달라붙어 아버지의 다리를 꼭 감싸 안은 아들의 뒷모습이 너무 슬픕니다.


무거운 군장을 메고 전쟁터로 나가는 아들의 손에 꼬옥 쥐어주는 어머니의 주먹밥.

노모와 어린 아들을 뒤로하고 홀로 전장에 서게 될 순간에 손수건을 풀어헤쳐 한 덩이 집어 들겠죠.

목구멍을 넘어가다 덜컥 걸리면 뜨거운 눈물이 목청을 적실 소중하고도 애틋한 밥 한 덩이입니다.


어머니의 각도, 아들의 각도,

또 그 아들의 아들의 각도

어느 세 지점에서 바라보아도 뭉건한 애틋함 뿐입니다.

이 애잔한 마음을 묻어두고 전장으로 나아가는 아들들...




싸우고 승리할 결심
Bức điện mật của Đại tướng Võ Nguyên Giáp với mệnh lệnh “Thần tốc, thần tốc hơn nữa, táo bạo, táo bạ


"빠르게, 더 빠르게, 더 대담하게, 더 과감하게, 매 시간, 매 분마다 전선으로 달려가 남군을 해방시키라"  

적들이 원하는 시간에 싸우지 않는다.

적에게 유리한 곳에서 싸우지 않는다

적이 생각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싸우지 않는다.


그 유명한 삼불 정책(三不政策)을 외치고 디엔비엔푸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보 응우옌 지압(Võ Nguyên Giáp) 장군의 명령이 담긴 비밀 전보입니다. 지압 장군의 강렬하고 결단력 있는 글씨체가 보입니다.

용감한 장군의 지령을 받아 들 때

아들은 가족을 가슴에 잠가두고

강인한 남자를 꺼내어 용감하게 전장으로 걸어 나갑니다.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습니다.

남자의 가슴속에는

싸우고 승리할 결심만 남아 있습니다.





베트남 군사 역사박물관 (Bảo tàng Lịch sử Quân sự Việt Nam)에는

항공기, 전차, 무기 등 다양한 군사 장비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베트남의 독립과 통일 과정에서의 군사적 노력과 성과를 보여주며 전쟁의 참상과 희생에 대한 교육적 메시지를 상당히 강렬하게 뿜어 내고 있지요. 보통 베트남의 이미지로 각인된 붉은색과 녹색으로 그려진 공산주의 계몽 포스터들의 출발점은 이 곳으로부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하노이에 있는 군사 역사박물관보다 호찌민에 있는 전쟁박물관(War Remnants Museum)의 규모가 더 큽니다. 하노이 전쟁 박물관은 베트남 전쟁 및 그 이전의 전투에 대한 자료가 풍부한 반면, 호찌민 전쟁(베트남 전쟁) 박물관은 호찌민 주석과 관련된 역사적 사건과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 그가 이끈 베트남의 독립운동에 대한 전시가 두드러집니다.


하노이 군사 역사 박물관
호치민 전쟁 박물관


’ 전쟁 박물관‘에서 우리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린이와 심약자는 주의해야 할 정도의 잔인하고 참혹했던 고엽제 피해의 모습, 눈을 가리고 입을 틀어막게 되는 전쟁의 파편들입니다.

돌아보는 동안 아무런 말을 할 수 없게 되지요…


포로 수용 케이지

 고철 덩어리의 녹슨 무기들과

사자의 케이지 같은 포로 수용 감옥

저 안에 동물처럼 갇혀 있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차오릅니다.


전쟁은 어쩌면

깊은 흉터로 남은 상처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투쟁의식 일런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베트남에서의 느낌은 더욱 그렇습니다.

국민 모두가 군대에 가 전시 훈련을 받고 오며

사회주의의 공기를 마시며 사는

제복의 나라여서일까요…


전쟁의 참상으로부터

두텁게 남은 깊은 상처 위에 맞닿아

아픔의 잔여를 승화시킬 수 있는

’ 예술의 언어‘에 잠시 위로받고 기대어 볼 뿐입니다.






예술품처럼 보이는

B52 여객기 잔해 앞에서 약 50여 년 전 베트남 전쟁을 되감아 봅니다.


추락한 비행기의 잔해로 만든 구조물


하지만 창조물이 아닌 실제의 파편들

그래서... 너무 아픕니다...





https://laodong.vn/lao-dong-cuoi-tuan/song-lai-ky-uc-hao-hung-cua-ngay-304-1332494.l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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