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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틸다 하나씨 Nov 06. 2023

달달한 베트남

쟈스민 공주도 반해버릴 쟈스민 카카오 (Jasmine Cacao)

많은 이들이 홈 카페를 즐긴다. 혹은 꿈꾸지만

집 커피가 되느냐 카페 커피가 되느냐는 신의 한 수냐 신의 영수냐의 차이일 것이다.

여행의 향수가 밀려와 인터넷을 뒤지고 유튜브를 따라 해 봐도 그때 그 맛을 똑같이 낼 수 없는 때가 허다하다. 비법 한 알은 몰래 빼두고 친절한 듯 손에 꼭 쥐어 주는 레시피 주머니에 속아서 신이 났다가 바늘구멍에 바람 빠지는 풍선처럼 슈웅—

싱크대 위는 설거지 거리로 가득해지고 무작위의 곡선을 그리며 정신없이 날아다녔건만 털푸덕 바닥에 드러누워버리는 때가 솔찬히 있었다.

나만 그랬던 건 아니겠지?


열심히 장을 봐와서 준비하고 오물오물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상상하며 식탁을 차렸는데

한 입 물고 고개를 갸우뚱한다면 그것 만큼 힘 빠지는 일도 없다. 

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만드는 음식과 디저트에 진지하게 담아낸 나의 정성이 충분히 뿌듯해야 한다.

매일의 식탁에서 젓가락질 속도가 빨라지게

그릇까지 핥아서 설거지까지 해버리게

요따만한 바늘구멍 하나도 허락할 수 없지.

카알못도 요알못도 바람 빠지지 않도록!

타국땅에서도 집밥 삼식이를 고수하는 네 남자를 건사하느라(한국 간 큰아들 빼고 요즘은 세 남자지만) 세계 모든 음식의 자급자족에 도가 튼 19년 차 주부이면서 17년째 베트남살이를 하는 카페 사장의 램프를 살짝 문지른다면 주둥이를 타고 나와 모든 걸 알려주고 다시 들어가려 한다. 알려주고 싶은 레시피가 너무 많아 터져 버릴 것 같은 램프지만

우선 참을 수 없는 베트남 음식과 디저트의 매력부터 솔솔 꺼내 올려보려 한다.


주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베트남 음식과 디저트 메뉴들로 목차를 선정했다.

단짠단짠의 법칙에 의해 달달구리 디저트류를 먼저 소개하고 맛있는 음식들로 짭짤한 마무리를 한다.  

[마틸다 레시피]는 베트남의 찐 레시피와 소스류를 소개해 줄 것이다.

행여나

한국이나 외국에 사는 사람들은 구할 수 없는 재료 탓에 아랫입술이 쭉 삐져나온다면

대체할 수 있는 재료로 최선의 근접을 해보거나

구하기 쉬운 재료로 방법을 바꿔보니 더욱 썩 괜찮았던 [리메이크 레시피]로도 그들을 달래주려 한다.


첫 화는 달달하게 시작하자.

생각만 해도 침 넘어가는 베트남 메뉴들을 하나씩 꺼내 보기 전에

쌀쌀한 겨울날에

달콤하고 따듯한 머그잔을 행복하게 감싸 쥐는 당신의 오늘이 되도록

프롤로그의 향긋한 선물을 건네주려 한다.


첫 화에 소개하는 이 메뉴는 베트남 음료는 아니다.

쟈스민 티를 사랑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음~' 소리를 듣고 싶어 창작한 메뉴인데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베트남 손님들의 눈동자가 반짝인다.

그대들에게서도 '음~'

이 한 음절 듣고 싶어 달달한 스타트를 끊는다.




쟈스민 카카오 Jasmine Cacao



쟈스민 공주를 찾으러 떠나는 알라딘도 멈춰 서게 할 깊은 풍미.

쟈스민 티 리프의 향기가 카카오의 진한 초콜릿에 퍼져 나가는 순간 마법의 양탄자는 하늘을 날아오른다.


따듯한 쟈스민 카카오



마틸다 레시피 


(Hot)

쟈스민 카카오 파우더 5g을 뜨거운 물 40ml에 믹스한다.
(쟈카 파우더는 하얀 쟈스민 꽃과 최상의 향을 머금은 찻잎을 함께 100% 딥 카카오 파우더에 넣어 48시간 숙성시켜 만든다 / 아래의 리메이크 버전에서 이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팁을 드린다)
연유 40ml
따듯하게 데운 스팀 우유 200ml를 우유반 거품반 상태로 스티밍 하여 붓는다.
(초콜릿 믹스 위에 우유 액체를 컵의 2/3까지만 부은 뒤 나머지는 거품으로 채운다. 테이블 스푼을 이용해 컵의 중앙부터 차근차근 한 스푼씩 벨벳 거품을 쌓아나가면 컵 위로 봉긋이 솟아오르는 치노모양이 된다)
맨 위에 하얀 쟈스민 꽃을 데코 해주면 마시는 동안 코끝을 스치는 꽃향기가 행복의 인사를 전해온다.



아이스 쟈스민 카카오 '아쟈카'

(Iced)

쫀득쫀득한 마쉬멜로우 질감의 수제 아이스크림이 퐁당 빠진 '아쟈카'

뜨거운 핫초코도 좋지만

얼죽아인 당신이라면 단숨에 바닥을 드러낼 때까지 빨대를 쪽쪽 빨게 되는 ‘아쟈카’로 즐겨보시길~


유리 글래스에 8g의 쟈스민 카카오 파우더와 연유 40ml를 따듯한 물 40ml에 골고루 녹인다.
(아이스메뉴는 얼음이 녹으며 싱거워지므로 핫 음료보다 베이스를 진하게 넣어줘야 다 마실 때까지
맛있게 마실 수 있다)
글래스의 1/2을 얼음으로 채운다
50ml의 차가운 우유를 붓는다
아이스크림 한 스쿱을 그 위에 동동 띄운다.
(집에서는 수제 아이스크림대신 시판 아이스크림을 띄우면 된다. 바닐라 또는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한 스쿱 올려준다)
아이스크림 위에 초콜릿 시럽으로 데코 하면 완성.



리메이크 버전

48시간 동안 쟈스민 카카오 파우더 만들다 목 빠지느니 안 해 먹고 말겠다 하시는 분들은 

당연히 이 과정을 패스!!!

파우더 대신 쟈스민 티백 하나 진하게 우린 물로도 충분하다.

(혹은 얼그레이, 오렌지, 민트티 등등 향긋한 향을 품은 어떤 종류의 차라도 취향대로 굿!)

차 티백을 우린 물로 쟈카를 만들어도 숙성 파우더를 사용하는 것 못지않게 맛있으니 마틸다 하나씨를 그냥 믿고 따라 해 보면 된다.


쟈스민 차 우린 물 40ml (물 80ml에 티백 하나를 3분간 진하게 우려낸다. 티백에 스며드는 물량을 고려하여 우릴 때는 조금 더 물을 붓는다)
100% 카카오 파우더 5g을 따듯한 찻물 40ml에 녹인 후 연유 40ml도 함께 섞어준다
200ml의 스팀 밀크를 동일한 방법으로 그 위에 부어주면 아주 향긋한 쟈스민 카카오가 된다.



카페 주인의 리퀘스트! 

사실 이런 치노 음료는 벨벳 스팀 밀크의 쫀쫀함이 관건이다

카페의 에스프레소 머신 정도는 돼야 벨벳 밀크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팔 떨어지는 힘자랑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핸드 스팀기로도 90% 근접 가능하다.

건전지가 들어가는 자동 핸디형 스티머도 있고

팔이 떨어져라 올렸다 내렸다 하는 프레스 타입의 수동 스티머도 있다. 팔이 아픈 게 단점이지만 프레스 타입이 벨벳 거품을 잘 만들어낸다. 프레스 스티머에는 꼭 차가운 우유를 사용해야 거품이 풍성해지니 기억하시길. 그러므로 핫 음료를 위한 우유 스팀시에는 핸디형 자동 스티머를 사용하는 편이 좋고 아이스 음료를 만들 때는 프레스 스티머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홈 카페를 사랑하는 분이라면 핸드 스팀기는 꼭 소장하시길 부탁한다.


우유 스티머


따듯한 쟈카에 보드라운 브리오쉬를 폭 찍어 먹으면... 음~~~


그럼, 오늘 하루
쟈스민 카카오가
당신의 양탄자를 날려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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