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으로 풀어보는 인간 행동의 차이와 이해
수락산은 멋진 숲길과 거대한 슬랩, 그리고 신기하게 생긴 바위들이 절묘한 위치에 자리하여 산객들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아름다운 산이다. 특히 여름에는 깨끗한 물이 넘쳐 흐르는 계곡과 폭포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서울에 사는 즐거움 중 하나는 지하철을 타고 언제든지 이토록 멋진 산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오랜만에 수락산에 올랐다. 7월의 마지막 주말이었고, 낮 최고 온도가 35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운 날씨였다. 그러나 한 주간 내린 많은 비 덕분에 수락산 계곡은 마치 워터파크가 된 것처럼 수량이 풍부했고, 산행으로 온몸이 땀으로 젖은 사람들은 물가에 모여 앉아 쉬고 있었다.
산행 중에 물가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어떤 사람은 옷을 입은 채로 풍덩 빠져들어 온몸을 물에 적시고, 또 다른 사람은 무릎까지 바지를 걷어 올리고 발을 담근다. 어떤 사람은 아예 등산화를 벗지 않고 손만 씻는다.
이처럼 같은 자연을 마주하면서도 사람마다 다른 행동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날의 컨디션, 감정 상태, 각자의 일정 계획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사람마다 서로 다른 성격적 특성이 이러한 행동 차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성격 특성이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관점이 생긴다.
먼저 MBTI 성격 이론을 적용해 보자.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사람들의 성격 유형을 16가지로 분류하는 심리 검사 도구로, 칼 융의 심리 유형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판단하는 방식에 따라 유형이 나뉘는데, 이를 통해 산행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행동을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향성(Introversion)과 외향성(Extraversion)이라는 차원으로 설명해보면, 물가에 빠져 몸을 적시는 사람은 외향적인 성향을 나타내고, 물을 멀리하며 관조하는 사람은 내향적인 성향을 보인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 감각형(Sensing)과 직관형(Intuitive)으로 설명하면, 계곡의 물속에서 신체적으로 느끼는 감각을 즐기는 사람들은 감각형으로, 주변 환경을 넓게 바라보며 여유롭게 걷는 사람들은 직관형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빅파이브(Big Five) 모델로도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다. 빅파이브는 성격을 다섯 가지 주요 특성으로 분류하는 심리학 이론으로, 거의 모든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의 성격을 비교적 포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 이론은 행동의 다양한 차원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예를 들어, 개방성(Openness)은 계곡의 물에 기꺼이 들어가는 사람들과 손만 씻거나 물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들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 물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성이 높은 반면, 물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들은 안정적이고 익숙한 환경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또 신경성(Neuroticism)은 물에 쉽게 빠져드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스트레스나 불안에 대한 반응 차이를 나타낼 수 있다. 물에 뛰어드는 행위로 인해 나중에 닥쳐올 결과에 대해 걱정하는 정도가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 다른 심리학적 접근은 TCI(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 모델이다. TCI는 개인의 성격을 기질과 성격이라는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측정한다. 기질은 타고난 성향으로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형성되며, 쉽게 변하지 않는 특징이다. 반면, 성격은 환경과 학습을 통해 형성되는 특징으로, 기질에 비해 변화가 가능하다.
TCI의 주요 요인 중 하나인 자극추구(Novelty Seeking)는 새로운 자극을 찾고, 모험을 즐기며, 충동적인 행동을 선호하는 성향이다. 계곡에 들어가 옷을 입은 채로 풍덩 빠지거나, 돌을 타고 다니며 위험한 모험을 즐기는 사람들은 높은 자극추구 성향을 가진 이들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자연 속에서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고, 모험적인 활동을 통해 쾌감을 얻으려 한다.
반면, 위험회피(Harm Avoidance)는 위험을 회피하고, 신중하며, 안전하고 안정적인 상황을 선호하는 성향을 말한다. 계곡 물에 들어가지 않고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며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들은 높은 위험회피 성향을 보일 수 있다. 이들은 위험을 피하고 안전을 중시하며, 자연 속에서도 신중하게 행동한다. 이러한 성향은 산행 중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자신과 동료의 안전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민감성(Reward Dependence)은 사회적 보상에 민감하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성향을 말한다. 사람들과 함께 앉아 웃고 이야기를 나누며,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중시하는 사람들은 높은 사회적 민감성을 지닌 성향이다. 이들은 자연 속에서도 타인과의 관계에서 보람을 느끼고, 함께하는 경험을 중시한다. 다른 사람들이 물에 뛰어들거나 관조하는 행동을 보일 때,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사람은 주위 사람과 동조하는 행동을 보일 것이다.
이처럼 성격 특성에 따라 동일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의 행동은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 있다. 성격 요인은 매우 다양하며, 각 요인별로 높은 수준과 낮은 수준이 존재하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어느 누구도 동일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없으며, 각자 다양한 성격 유형을 보인다. 때로는 나와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이 이해되지 않거나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때로는 너무 무모하거나 신중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나와 성격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을 이해하는 것처럼 난해한 일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성격과 행동을 이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심리학은 사람들의 다양한 사고와 행동을 이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명하고, 이를 유형화함으로써 이해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학문이다.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고 그들을 도와주며 공존하는 방법을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