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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화창조 Dec 17. 2024

47년의 사진, 세상이 바뀌어도 여전히

고등학교 시절, 카메라와 함께한 3년

47~48년 전, 우리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1970년대는 사진이 몹시 귀하던 시절이었다. 물론 카메라를 가진 집이 거의 없었던 선배 세대보다는 덜 하겠지만, 70년대에도 카메라를 가진 집은 부유한 집에 속했다. 그런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사진반에 들어가다니. 지금 생각해도 解析難望(해석불가)다. 아무튼, 이유 없이 자석에 쇠붙이가 끌려가듯 그렇게 사진을 알게 되었다.


 사진반이라면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동기생 11명 중 카메라를 가진 애는 달랑 셋, 아니 둘인가?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웃픈 시절이었다. 어쨌든 고등학교 3년 동안 꽤 활발한 활동을 했고 그렇게 수십 년이 흘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활발하게 활동한 기간은 고등학교 3년뿐이었다. 이후 카메라는 생겼지만, 세상살이에 쫓겨 더 이상의 활발한 활동은 해볼 수 없었다. 지금은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세상이다. 필름 사진, 현상, 인화 이런 단어들은 이제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고, 무거운 장비를 주렁주렁 들고 다니는 게 자랑이었던 시절은 저 멀리 가버렸다. 이제는 다기능 디지털 카메라에, 심지어 스마트폰 카메라도 놀라운 기능과 해상도를 자랑한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이제는 전 국민이 작가 시대다. 나는 사진을 했던 사람이 아니라 그냥 국민일 뿐이다.


 그렇지만 말이다. 사진과 함께 보낸 지난 47년은 내게 아름다운 피사체를 볼 수 있는 능력을 부여했고, 덕분에 아름다움을 감별할 수 있는 능력은 좀 남다르지 않나 싶은데… 어떻게들 생각하시나? 어찌 되었건, 나는 내일도 글피도 아름다운 걸 보면 참지 못하고 폰을 들이댈 것이다. 사진으로 본 세상은 눈으로 보는 그저 그런 세상보다 더 아름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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