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군 봉화읍 유곡리 666번지 토일 동네는 내가 태어나 태를 묻은 곳이다.
조상대대로 살아온 외딴 마을. 태어나 세 해만 살고 대구로 올라와 애틋함은 적지만 조부모, 부모님을 비롯해 윗 조상들 대대로 살아온 곳이라 그 곳을 고향이라고 말한다.
봉화는 강원도 접경지다. 위로는 삼척이 있고 왼쪽엔 영주, 아래엔 안동, 오른쪽에는 영양, 울진이 있다. 아버지 젊은 시절 한때는 10만에 육박하던 인구는 산업화에 밀려 급감을 거듭, 지금은 2만을 유지하기 급급하며 소멸을 걱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봉화는 수려한 자연 환경을 간직하고 있어서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아름답고 따듯한 후보지다. 그렇다. 옛집 앞에 우뚝 서 있는 수십 미터 춘양목 군락을 어찌 잊을까.
내가 난 자리, 토일은 정식 지명이 아니라 한자 표기도 알려져 있지 않을뿐더러 집도 딱 세 채뿐이라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해 유추할 수도 없지만 혼자서 짐작하고 만들어 보곤 한다. 吐日. ‘토할 토, 해 일. 태양이 토해졌다.’재미있지 않나? 그렇게 이름 지어질 만하다. 누구든 한 번 오가보라. 이른 아침 옥적봉 넘어 뜨는 태양은 토해지는 듯 하고 단지 세 채밖에 없는 그 마을로 쏟아진다. 吐日.
허나 그 건 나만의 생각이고, 가장 가능성 높은 해석은 그 동네 인근의 큰 산인 청양산에 속한 지락이 옥적봉인 만큼 퇴계 선생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근 시군에 토일이라는 지명이 더러 있는 걸로 봐서 退逸이 와전되어, 吐逸이 되지 않았을까... 영남 전체의 정신을 지배한 퇴계가 은거한 곳.
그러나 나는 내 맘대로 작명한 吐日이 좋다. ‘토해진 태양의 마을.’ 근사한 그 곳. 토일에서 내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