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저녁, 구의동 일식집 작은 방.
LJH 본부장, 팀장 두 명, 나, 동기 하나. 이렇게 다섯이 만났다.
나머지 종합병원부 직원들은 지점장 주재로 별도의 장소에서 회식을 한다고 했다.
문제의 당사자인 본부장과 나를 제외한 셋은 애꿎게 불편한 자리에 잡혀와 있었다.
분명 불편한 자리였지만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즐겁지도 않았지만.
새로운 부서에서 일도 시작하지 못했는데, 그렇지 않아도 힘든 일이 산적해 있을 텐데 일 할 수 없는 환경만 만들어지니 어떻게 앞으로 나갈 수 있을까. 이번 기회에 정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말 돌리지 않고 대놓고 이야기했다.
“나가라는 뜻이냐. 그렇다면 당당하게 말씀하시라. 비켜드리겠다.”
‘애꿎은 셋’은 말이 없었다.
본부장이 말했다.
“그런 뜻이 아니었다. 오해다. 주저리주저리...”
그에겐 논리가 없었다.
그렇게 별로 설득력 없는 그의 괴변을 길고 길게 들어야했다.
이건 나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뿐 아니라 다른 직원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여겼다.
‘애꿎은 셋’ 역시 분위기에 편승했겠지만 애써 눈도 흘기지 않았으니.
조심스럽긴 했지만 이겼다고 생각했다.
나도 더 이상 본부장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환경만 만들어주면 성과를 보여 주겠다. 경우와 상식만 통하면 따르겠다. 끝”
긴 담판이 끝났다. 저녁 세 시간 동안 좋은 요리는 손도 대지 않았다.
물 한 잔, 술 한 잔 마시지 않았고 음식을 그대로 남겨둔 채로 식당을 나왔다.
밤 10시가 넘었다. 한 잔 더 하자는 ‘애꿎은 셋’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산 넘고 물 건너 안양 집으로 돌아왔다. 부당한 권력의 눈치나 보면서 말도 못하는 ‘애꿎은 셋’과는 도저히 술 마실 기분이 아니었다.
과연 본부장이 힘이 모자라 그렇게 넘어갔을까.
실실 웃음이 나왔다.
‘진정한 전쟁은 내일부터 시작이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갑자기 배가 고파왔다.
맛있는 회를 그냥 두고 나왔구나. 아깝게...
집에 가서 밥이나 비벼 먹어야겠다.
라면 두 박스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