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휴일을 버리고 월요일 아침, 출근을 했다.
담담했다. '이다지 비열한 회사라면 안 다니고 만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일찍 출근한 동료들에게 어제의 상황을 물어봤다.
한 마디로 살벌했단다.
본부장의 주도로 나에 대한 불출석 재판장이 만들어지고 장난이 아니었다고 한다.
‘흥, 내가 뭘 잘못했다고’
폭풍 전야 같은 아침이었다.
‘그래, 한번 붙어보자. 잘못한 게 없으니 구부러질 이유는 없다. 다~ 덤벼라.’
9시가 지났다. 모든 직원이 출근을 마쳤다.
그런데, 예상치 않게 너무나 조용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시간이 지나도, 시간이 지나도.
그렇게 설치던 본부장도 자기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정작 당사자인 나보다 동료들이 더 긴장을 한다.
10시나 되었을까. 경리 담당 임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기 방에 와 달란다.
경리 이사는 내게 호의적인 사람이었다.
속은 알 수 없으나 사주의 복심腹心 같은 사람이라서 그와 대화하면 K 회장의 뜻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사람이 면담을 요청하다니.
“옳든 그르든 자네가 L에게 덤비는 모습은 달걀로 바위 치기 같은 거야. 더러워도 삼키고 넘어가!”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안 좋아지면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자네 뜻 충분히 알았어.”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역시 아무도 싸움을 걸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11시쯤 되었을까. 영업부 입구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K 회장이 왔다는 것이다.
K 회장은 좀처럼 일반 현업부서에 잘 오지 않는다. 그런 그가 갑자기 등장했으니 잠시 소란이 일어날 수밖에.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크고 절도있는 인사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돌면서 직원들을 격려했다.
“어, 잘 하고 있지? 열심히 해!”
수십 명이 근무하는 사무실 구석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런가 보다 하는 찰라.
K 회장이 내게 다가왔다. 뒤에서 내 어깨를 잡았다.
‘깜짝이야~’
아무 말 없이 어깨 한 번 잡아주고 씩 웃는다. 나도 그냥 웃어 보였다. 가버렸다.
그러는 세 시간 동안 영업부 간부들은 아무도 내게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12시가 다 되어서 겨우 팀장이 다가왔다. 출장 나갔다가 6시까지 귀사해 달란다. 본부장과 회식이 있다고.
지시가 아니었다. 울기 일보 직전의 표정으로 통사정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죠, 뭐”
떨떠름하게 대답하고 12시가 넘어 출장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