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JH 본부장, 전쟁의 서막
지방 지점장을 하다가 새롭게 부임한 L 본부장은 영업부, 특히 서울 종합병원부를 거칠게 몰아붙였다. 지방 소도시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사주의 눈에 띄어 젊은 나이에 파격 발탁된 사람인데 지나치게 의욕이 넘쳤다.
여기저기에서 파열음이 들렸다. 부장, 차장급 몇몇은 사표를 던지고 회사를 나갔다.
가장 큰 문제는 그의 거친 언행이었다. K 회장의 배경만 믿고 마구 모욕적인 말들을 뿌리고 다녔다. 두려운 게 없었다. 말단 우리도 참기 힘들었는데 부, 차장들이야 오죽했겠나. 능력 있는 사람은 경쟁사로 빠져나갔다. 과장급 이하 직원들은 숨도 못 쉴 지경이었다.
두 시간 넘게 허덕허덕 출근해 고작 듣는 이야기가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라니. 바야흐로 고비가 찾아온 것이다.
이 와중에 함께 전근 온 인천의 동기 태호 군도 L 본부장에게 들이받고 회사를 나갔다. 태호는 덩치가 컸는데 체격을 가지고 인신공격을 받은 것이다. 역시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비난. 돼지 어쩌고저쩌고.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대놓고 공격받으면 참지 못할 것 같았다. 태호는 원만한 친구다. 태호와 비교하면 난 훨씬 뾰족하지 않는가. 불편부당은 도저히 못 참는다.
그런데 내게도 그런 일이 생겼다.
내게는 거래처를 안 줬다. 아무래도 한 번 발령을 거부했다는 게 문제였다. 길을 들이고 싶었나 보다. 그 속이야 어떤지 들어가 보지 않았으니 모를 일이지만 있을 수 없는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팀장님이 기껏 마련해 거래처를 주면 다음 날 본부장이 나타나 회수해 가기를 여러 번.
계속해서 신입 사원에게나 할 만한 기초 교육만 거듭했다.
그래도 참고 다녔다.
‘끝이 있겠지’ 하면서.
그런데 어느 날, 쉬어야 할 일요일에 출근을 강요했다.
‘왕복 네 시간인데, 출근해 봤자 암 걸리기 딱 좋은 박해만 받고 올 텐데.’
법적으로 보장된 쉬는 날이고 딱히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고 안 가 버렸다. 이렇게 대우할 바에 뭐하러 발령을 내서 말이다.
‘맘대로 하세요.’
일요일 아침, 집 전화가 빗발쳤다. 순서대로 다 전화가 왔다. 팀장, 지점장, K 본부장까지.
“팀장님, 오늘은 일요일이고 가서 제가 할 일이 없는데요. 쉬겠습니다.”
“지점장님, 오늘은 일요일이고 가서 제가 할 일이 없는데요. 쉬겠습니다.”
L 본부장은 좀 달랐다. 전화하자마자 다짜고짜 욕지거리다. 임마임마했다.
입씨름 끝에,
“본부장님! 저 그만둘게요! 더는 못 참습니다!”
꼭지가 돌아 끝내 폭발하고 말았다.
전화를 끊지 않은 채, 눈이 동그래진 아내에게 소리쳤다.
“라면 두 박스 사다 놔!”
그제야 본부장이 소리를 낮췄다. “ 내일 봐!!”
전화를 팍! 하고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