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로 그러는 건 아닌데 노년이 주인공인 책에 자꾸 눈이 간다. 이 삼 년 전만 해도 '어떻게 늙을 것인가' 혹은 '우아하게 나이 드는 법' 같은 종류의 책을 읽다가 너무 우울해져 포기하곤 했는데.
지금은, 비록 소설이긴 하나 소설이기 때문인가? 아주 공감하며 때론 저런 여유를 나도 닮고 싶다 하며 빠져 든다.
그중 한 권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스의 <올리브 키터리지.> 배경은 미국의 소도시 작은 마을이고 나이 든 주인공 올리브는 전직 수학 교사다. 시간적 배경이 왔다 갔다 하는 단편 모음이다. 올리브를 중심으로 많은 인물들이 저마다의 사연으로 등장하지만 읽다 보면 연관성과 개연성으로 복잡하지 않게 읽힌다. 젊지도 아름답지도 성격이 딱히 원만하지도 않은 올리브는 약사 남편과 외아들을 둔 평범한 중산층이다. 약국 여직원에게 친절을 베푸는 남편을 향해 질투 섞인 조롱을 하는가 하면 외아들에게도 살갑지 않다. 한 편 예리한 관찰력과 기억력으로 수십 년 전의 제자와 그 가족들의 일을 시시콜콜 언급하는 괴팍한 노인이다. 비극을 겪은 사람이나 마음이 괴로워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를 제자에게 무심코 툭 던 지 듯 위안을 주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주위를 살피고 과거를 다독이며 미래를 향한 관조가 뚜렷하다. 지혜는 나이만 먹는다고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간 겪어 온 시간과 경험이란 게 분명 있으므로.
덩치 크고 괴팍한 올리브, 모든 사람이 모두 좋아하지는 않지만 각각의 인연으로 그녀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다. 첫 남편 헨리가 죽고 칠십 넘은 나이에 한 살 위 부유한 하버드 교수 출신 이웃과 재혼하는데(복도 많지) 이 과정이 또 담백하면서 유머스럽다. 억지스럽지도 않다. 디펜드 기저귀를 찾게 되는 시점이 서글플지언정 절망적이진 않다. 나도 모르게 아 그럴 수 있지 하며 오히려 위안받을 만큼.
<밤에 우리 영혼은>이란 책은 한결 우아하다. (각각) 배우자를 사별한 뒤, 할머니가 이웃집 할아버지를 찾아가서 밤에 우리 집에 와 함께 자 줄 수 있느냐고 파격 제안을 하며 시작하는 소설이다. "나는 너무 외롭고 당신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면서.
밤마다 침대에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하다 잠드는 그들. 살아온 내면의 사연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주위 시선이 곱지 않고 자식들 비난에 얼굴도 붉히지만 그들에겐 내공이 있었다. 여러 에피소드를 겪으면서 현명하게 처신한다.
결과야 어떻든 뭔가를 자꾸 생각게 하는 좋은 소설이었다. 이렇게 나이 드는 것도 괜찮아하면서. 소설의 효용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제인폰다와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보는 재미 읽는 재미를 비교하며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