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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들 Nov 30. 2023

예술 이론 이해하기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예술 이론도 패턴을 발견하는 것이다.

오늘은 예술 이론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예술 이론은 굉장히 복잡하고 정리가 되지 않은 채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 세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안다고 할 때, 이는 패턴을 파악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게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따라서 어떤 사람이 예술 이론을 말한다고 할 때, 그 사람은 우선 예술 이론의 패턴에 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아도르노, 벤야민, 보링거 등의 예술 이론가들을 알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서로 같은 말은 하고 있는 건가요, 아니면 다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건가요? 이게 중요합니다. 철학에 있어서 플라톤, 데카르트, 칸트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다 똑같은 말을 하고 있고 소피스트, 러셀, 비트겐슈타인, 사르트르 이런 사람들이 다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패턴을 발견해야만 우리는 무언가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1. 예술은 경제 구조의 결과라고 말하는 미술 이론


자, 미술 이론을 알기 위해 잠깐 – 정말 아주 잠깐 – 사회학적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마르크스와 베버를 알고 있습니다. 모르신다고요? 상관없습니다. 이제부터 알면 되니까요. 모르는 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모르는데 안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입니다. 모르면 그냥 알면 됩니다. 모르는 걸 부끄러워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저도 무식합니다. 그래서 하루 종일 질문하고 다닐 때도 있습니다. 무식이 드러날까 무서워 입을 닫지 마십시오. 무식은 아무런 문제가 아닙니다.


마르크스가 뭐라고 했나요? 마르크스는 사회를 바라봅니다. 사회 안에 무엇이 있나요? 종교도 있고, 정치체제도 있고, 신분도 있고, 경제구조도 있습니다. 여기서 마르크스가 제일 중요한 게 생각한 건 경제구조 – 마르크스의 말로는 생산관계 – 입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종교나 정치체제는 그 사회의 경제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죠. 물질적 조건이라는 하부구조에서 종교나 철학과 같은 상부구조가 발생한다는 겁니다.


일단 여기까지만 알고 더 깊게 들어가지는 맙시다. 그리고 이제 예술 이론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추상 예술은 카메라의 발명 때문에 발생했다.”라고 말한다면, 이 사람은 지금 마르크스와 똑같은 말은 하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이 사람은 마르크스와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물질적 조건인 카메라의 발명 때문에 정신적 발현이라 할 수 있는 추상예술이 생겨났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어떤 사람이 “산업화에 따른 도시의 발생으로 인해 인상주의가 생겨났다.”라고 말하면 이 사람은 마르크스와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이 사람 역시 산업화와 도시화라는 물질적 조건에서 정신적 발현이라 할 수 있는 인상주의 회화가 탄생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는 마르크스의 말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마르크스의 영향력은 정말 엄청납니다. 마르크스를 모르는 사람도 마르크스의 영향 아래 있습니다. 실제로 “추상 예술은 카메라의 발명 때문에 생겼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사람들은 마르크스에 관해 하나도 모르지만 마르크스적인 관점에서 예술을 바라보고 있는 겁니다.



여러분, 마르크스는 단지 공산주의라는 경제 이념에만 국한되는 인물이 아닙니다. 우리는 마르크스 이야기를 할 때 조심스럽습니다. 마르크스를 이해한다는 건 곧 마르크스를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죠. 사실 명민하지 못한 사람들이 줄곧 이렇게 생각하곤 합니다. 이해하는 것과 받아들이는 건 아예 다른 것임에도 이해한다는 것과 받아들인다는 걸 똑같다고 생각하는 거죠. 어찌되었든 마르크스는 경제 이론 뿐만 아니라 예술 이론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습니다. 물질적 조건을 원인으로 하고 예술 양식을 결과로 하는 예술 이론은 다 마르크스주의에 기반하고 있는 겁니다.


누가 이렇게 말하나요? 아도르노, 벤야민 등이 이런 식의 예술 이론을 전개해 나갑니다. 예술 사회학이라고 불리는 분야의 대부분이 다 마르크스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이들에 따르면 예술은 경제적 조건의 결과인 것이죠.



2. 예술은 예술 의욕의 결과라고 말하는 미술 이론


자, 이제 두 번째 미술 이론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이론을 이해하기 전에 잠깐 사회학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사회를 마르크스와 반대로 설명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가 바로 베버입니다. 베버는 프로테스탄트에서 발생한 그 독특한 윤리가 근대 자본주의를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어떤가요? 베버는 지금 정신적 조건인 윤리가 물질적 조건인 근대 자본주의를 만들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마르크스와 완전히 반대로 말하고 있다는 걸 아시겠나요? 베버가 정확히 프로테스탄트 윤리에서 어떻게 근대자본주의가 발생했다고 설명하는가는 제가 다른 글에서 상세하게 설명했으니 여기에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자, 누군가가 “추상화가 카메라의 발명 때문에 생겼다고? 그런데 신석기 시대에도 추상예술이 있었다. 어떻게 카메라 때문에 추상화가 생겼다는 말인가? 추상화가 생긴 이유는 화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 제가 항상 말하는 세계관 – 이 바뀌었기 때문이지 카메라의 발명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라고 말하면 이 사람은 지금 베버와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정신적 조건인 세계관의 변화로 예술 양식이 바뀌었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누군가가 “도시화의 발생 때문에 인상주의 발생했다고? 그럼 도대체 왜 21세기에는 인상주의 그림을 찾아볼 수 없는가? 21세기는 인상주의가 처음 발생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도시화가 일어났다. 그러니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에서 예술 양식을 설명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예술 양식의 변화는 세계관의 변화로 설명되어야 한다.”고 말하면 이 사람은 지금 베버와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이제 베버와 마르크스의 차이를 이해하시겠죠?


누가 이런 식으로 예술을 설명하나요? 대표적으로 보링거가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 예술 이론은 지금 마르크스주의가 아닌 이 방향을 따르고 있습니다.



3. 예술 이론의 패턴을 발견하자.


여러분은 이제 예술 이론의 두 갈래를 완전히 이해했습니다. 사실 ‘완전히’라는 말은 정치적 수사입니다. 아도르노나 베버 등을 읽어보아야 제가 위에서 한 말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겠죠. 그리고 저는 여러분이 그렇게 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여러분, 예술을 이해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창작은 인간 정신의 최정점입니다. 비평은 쉽습니다. 누가 비평을 못 하나요? 그러나 창작은 어려운 겁니다. 정말 어려운 겁니다. 이렇게 고도화된 인간의 정신활동인 창작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절대 쉬울 수 없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어떤 예술 이론 책을 읽든, 그 책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예술을 설명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비판적으로 글을 읽어나가야 합니다. 그 주장이 예술을 물질적 조건의 결과라고 생각하는지, 예술을 세계관 변화의 결과라고 생각하는지 확실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예술 이론의 패턴입니다.






(제 브런치에 없는, 미술과 관련된 또 다른 글들을 읽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s://studiocroissant.com/my-philosophy-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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