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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들 Dec 07. 2023

레이먼드 카버가 현대 예술이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현대예술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는 오히려 '무엇이 현대예술이 아닌가'를 말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의미를 말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건 현대예술이 아닙니다. 설교를 늘어놓고 유의미한 교훈을 주려고 하는 건 현대예술이 아닙니다. 현대예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대의 세계관을 반드시 이해해야만 합니다. 예술은 세계관의 반영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도대체 무엇이 현대예술이냐고 되물을 수 있겠죠. 그에 대한 대답으로 저는 <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Love(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를 읽으라고 말하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현대예술입니다. 알지도 못하는 것에 대해 말하며 헛소리를 남발하는 소설 속 인물들을 보십시오. 그리고 자신이 헛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조차도 모르는 인물들을 보십시오. 아, 이 인물들이 도대체 누구입니까? 이 인물들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가 바로 이들처럼 알지도 못하는 것, 알 수도 없는 것에 대하여 말하며 스스로의 삶을 망치고 있는 장본인입니다. 차라의 다다선언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제발 헛소리로 삶을 망치지 말라고! 고통을 직시하고 고통과 함께 살아가라고!



사진 출처 - https://studiocroissant.com/reading-18/



현대예술은 당신에게 차가워지라고 말합니다. 거짓된 달콤함 속에서 사느니 진실한 고통 속에서 죽으라고 말합니다. 현대예술을 이해한다는 건 단순히 머리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선 마음의 문제입니다. 현대예술가들은 엄청난 결의를 가지고 삶을 대합니다.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게 쉬울까요, 모든 의미를 다 포기하는 게 쉬울까요? 포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버리는 게 다른 그 어떠한 것보다도 어렵습니다. 자아를 포기하는 게 비대한 자아를 갖는 것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우리는 헛된 의미로 우리 삶을 둘러쳐서는 안됩니다. 고통을 직접 마주하고 고통과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나 자신에게 잔인할 정도로 솔직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에게 하나만 당부하겠습니다. 이 책 만큼은 반드시 영어로 읽어주세요. 매우 짧기 때문에 영어로 읽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제가 괜히 영어로 읽기를 추천하는 게 아닙니다. 이 소설의 가치를 온전히 알기 위해서는 꼭 원문으로 읽어야만 합니다.


이 단편이, 이 짧은 소설이 수많은 두꺼운 책들보다 훨씬 더 예술적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읽으십시오. 이 단편이 바로 현대예술 그 자체입니다.






(제 브런치에 없는, 미술과 관련된 또 다른 글들을 읽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s://studiocroissant.com/reading-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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