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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정이 Apr 09. 2020

방안 가득 너를 만나다

밝은 아침을 맞이하며

벌써 몇 달이 지나버린 지난겨울, 아침 일찍 출근을 하기 위해 어둠 속에서 알람 소리를 듣고 깨어나기를 반복했었다. 눈을 뜨고 일어나지만 주변은 아직 캄캄할 뿐, 도무지 아침인지 저녁인지 알 수 없는 그런 상황에서 머릿속으로는 아침이다, 움직여야 한다, 나가야 한다를 반복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집 밖으로 나와 어둠을 밀어내며 출근길을 하다 보면 회사에 다다를 때쯤엔 동이 터오는 하늘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눈을 본 기억도 별로 없는 겨울이 지나가고 꽃은 피고 봄이 왔다. 새벽 알람 소리에 눈을 뜨면 방안은 어느새 환하게 밝아있다. 방안 가득 밝아있는 빛은 아침이란 걸 온몸으로 느끼게 해 줬고 이제는 그런 아침에 떠밀려 움직이는 자신을 만날 수 있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더라도 이미 환해져 있는 방 안에서 아침에게 "나 조금만 더 잘게" 라며 눈을 뜬 채 이불 위에서 뭉그적 대기도 한다.


아직은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선선함 아침도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출근길에도 등줄기에 땀이 흐르는 그런 아침으로 변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이렇게 맑은 하늘과 선선한 아침을 맞이하고 있음을 감사하고 있을 뿐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고만 싶다.


아침이지만 아침인 줄 모르던 시기는 어느새 지나갔다. 그런 어둠 속에서 나 자신을 밖으로 내몰던 시기도 어느새 지나왔고, 오랜 쉼과 주저함 속에 다시금 작은 발걸음을 걷고 있다. 깜깜했던 시간이 끝나지 않을 것만도 같았고, 그런 속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기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은 변화를 가져왔고 스스로 움직이지 싫더라도 마음이 먼저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점심시간 길가에 흩날리는 벚꽃을 보며 이제 봄은 정말 봄이구나 라고 생각을 하지만 어느 작가님의 말처럼 우리는 지금 매우 아름답고도 잔혹한 봄을 보내고 있다. 시기가 시기인만큼 작은 행동 하나도 서로가 조심하며 각자의 장소에서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모두에게 잔혹했던 봄도 어느새 지나갈 것이다. 뜨거운 여름이 오면 날씨가 덥다는 사실과 장마가 또 시작될 거라는 사실 등, 오랜 세월 동안 겪어왔던 그런 평범한 계절과 일상을 맞이할 수  있기를. 그 계절에는 모두들 편히 만날 수 있고 뛰어놀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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